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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회복지 서비스 혁신과 복지 리빙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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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법래(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연구원) 작성일 2018-11-09
노법래(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연구원) 필자는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시기에 해당 지역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당시 나의 임무는 학교 구성원들의 트라우마 경험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위기 개입의 우선순위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만드는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슬픔이 무겁고 짙게 휘감겨 있던 늦은 밤의 학교 분위기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당시 지역 사회의 움직임을 살펴볼 기회를 가지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가운데 하나는 지역 사회를 위한 사회복지 현장가들의 기여와 역할이었다. 비극적 사건에 휩싸여 혼란스러운 지역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많은 사회복지 현장가들이 헌신하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필자는 그들의 노고에 비해 사회적 조명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 현장가들의 역할에 대한 인식 부족은 저임금, 강도 높은 직무 환경, 잦은 이직 및 조기 퇴직과 같은 현장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뒤로하고 한 명의 현장가가 현장을 떠나는 순간 그가 축적한 소중한 지식과 경험 세계는 휘발되고 마는 것이다.


마약청정국 이미지한편 사회복지 서비스 현장과 관련해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현 정부는 커뮤니티 케어를 사회복지서비스의 핵심 방향 가운데 하나로 설정한 모양새다. 그러나 커뮤니티 케어에 대한 논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첫째는 돌봄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 실현과 관련이 있다. 서구 복지국가 맥락에서 커뮤니티 케어의 강조는 복지국가 성숙 경험을 토대로 하여 노령화 등으로 커지고 있는 돌봄의 부담을 일정 부분 지역 사회와 공유하려는 측면이 있다. 이는 이웃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서구나 일본과 같은 복지 서비스의 성숙을 경험하지 않는 상황에서 커뮤니티 케어의 강조는 돌봄에 대한 정부의 책무성 실현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



필자가 중요하게 주목하는 두 번째 주의점은 커뮤니티 케어에 필수적인 커뮤니티의 존재와 관련이 있다. 즉, 한국 사회에서 돌봄의 역할을 분담할 “공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여기서 공간은 지리적으로 한정된 개념은 아니다. 느슨한 지리적 공간을 경계로 유대하고 있는 공동체, 혹은 특정 사회적 활동을 중심으로 뭉친 집단도 넓게 보아 커뮤니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커뮤니티가 돌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요건인 유대 관계의 밀도와 지속성 그리고 정서적 교감과 같은 자원의 크기다. 이런 기반을 무시한 커뮤니티 케어의 강조는 도움이 필요한 많은 이들을 돌봄 사각지대로 내모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지식 집적 과정을 통해 사회서비스 혁신을 이루려는 노력은 이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최근 R&D 분야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살아있는 개방형 실험실을 의미하는 리빙랩(living lab)과 같은 접근을 사회복지 서비스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하자고 제안한다. 즉, 현장 전문가와 서비스 수요자(클라이언트)가 참여하여 사회복지 서비스의 혁신을 고민하는 복지 리빙랩과 같은 혁신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복지 리빙랩은 고유한 혁신 전략의 창출은 물론 최근 정책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 개발 결과물의 현장화라는 필수적 과정을 이끄는 혁신의 산실이 될 수 있다. 또한 클라이언트의 사회서비스 개발 과정의 참여는 당사자 참여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사회복지 서비스의 권리성 실현이라는 가치와도 연관된다. 나아가 혁신을 향한 협력적 과정은 참여자 간 동일감과 유대감을 높이고 사회적 네트워크 연결의 허브가 되어 커뮤니티 케어 실현에 토대가 되는 공간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복지 리빙랩과 같은 혁신 전략이 사회복지 서비스 현장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예산, 전달체계, 처우 등에서 근본적인 변화 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하드웨어적 확충 과정에 더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숨 쉬는 소프트웨어적 혁신 과정이 더해진다면 한국만의 고유한 복지국가 발전 경로가 가능하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복지 리빙랩은 아깝게 사라지고 있는 현장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이 체계적으로 축적되어 사회서비스의 개선에 중요한 밑거름을 확보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지역 곳곳에서 소복히 쌓이고 있을 현장가들의 지식, 지혜, 네트워크가 혁신적 아이디어를 구성하는 재료가 되어 우리 사회를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기회가 늘어나기를 소망한다. 정부는 이와 같은 사회서비스 혁신 과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아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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