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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평균 소득 238만원' 플랫폼 종사자 급증…양극화 심화 우려
등록일2020-12-21

넓은 의미의 종사자 179만명…대부분 노동법 보호 못 받아

정부 보호 대책 발표했지만…노동계 "첫 단추 잘못 끼워"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정부가 21일 배달기사처럼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일하는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첫 대책을 내놨다.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국내 플랫폼 종사자는 급증하는 추세이지만, 이들의 대다수는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정부가 이들을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사회 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배달기사 등 '지역 기반형' 대부분…주업으로 해도 월평균 소득 238만원


정부가 이날 공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넓은 의미의 플랫폼 종사자는 약 179만명으로 추정됐다. 이는 국내 전체 취업자의 7.4%에 달한다.


배달기사와 같이 업무 배정 등도 플랫폼으로 하는 좁은 의미의 플랫폼 종사자는 약 22만명(취업자의 0.9%)으로 파악됐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8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노·사·전문가 협의를 거친 플랫폼 종사자 정의를 토대로 한 것으로, 약 9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좁은 의미의 플랫폼 종사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40대(27.6%)와 30대(26.0%)가 많고 20대(21.2%), 50대(17.3%), 60세 이상(5.4%)이 뒤를 이었다. 일반 취업자보다 젊은 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플랫폼 종사자는 배달기사와 가사 도우미 등 일정 지역에서 일하는 '지역 기반형'(77.0%)이 대부분이었다. 정보기술(IT)과 창작 등 지역과 상관없이 일하는 '웹 기반형'(23.0%)은 소수였다.


플랫폼을 매개로 한 일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은 49.7%로, 절반을 차지했다. 주업 비율은 지역 기반형(53.2%)이 웹 기반형(37.8%)보다 높았다.


플랫폼으로 하는 일이 주업인 사람의 하루 근무시간은 평균 8.7시간, 월 소득은 238만4천원이었다. 플랫폼 업무가 부업인 사람의 하루 근무시간과 월 소득은 각각 4.3시간, 54만8천원이었다.


주업 여부와 상관없이 월 소득을 업무 유형별로 보면 지역 기반형(154만9천원)이 웹 기반형(116만1천원)보다 많았다.


◇ "플랫폼 종사자가 개인 사업자?" 논란 확산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플랫폼 종사자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배달기사와 같은 직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이들을 근로자로 볼 것이냐를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현재 플랫폼 종사자는 대부분 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개인 사업자 신분으로 도급계약 등을 맺고 일한다. 업체에 고용된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와 유사한 신분인 셈이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등 근로자를 보호하는 안전장치인 노동법의 적용을 못 받는다. 근로자를 기준으로 설계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도 어려워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다.


문제는 플랫폼 종사자의 실제 근무 방식을 보면 근로자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국내 플랫폼 종사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달기사만 봐도 스스로 가격 결정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배달 앱 알고리즘의 강한 통제를 받으면서 일한다. 사용자 대신 알고리즘이 업무 지시를 하는 셈이다.


고객 피드백 등을 토대로 한 평점이 낮으면 제재를 받기도 한다. 평점 시스템 때문에 배달 앱이 배정하는 일을 거부하기도 어렵다.


플랫폼 종사자가 실제로는 근로자인데도 노동법의 보호를 못 받아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플랫폼 기업은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도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용자의 책임을 회피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례에서 보듯 플랫폼 종사자들이 어렵게 노조를 구성해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해도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한다.


이에 따라 플랫폼 기업이 내세우는 '혁신'은 노동법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허울일 뿐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도 플랫폼 종사자가 제기한 진정 등을 처리하면서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 배달 앱 '요기요' 배달기사 5명의 임금 체불 진정 사건에서 이들을 근로자로 판단했고 올해 5월에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운전기사 1명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에 대해 그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개별 사건에 대한 판단으로, 배달기사 등의 직종을 근로자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정부는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 같은 직종 내에서도 근무 방식이 조금씩 달라 근로자 여부는 사안별로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실태조사에서도 웹 기반형 플랫폼 종사자는 가격 결정을 본인이 한다는 응답이 절반에 달했고 업무 선택을 스스로 한다는 응답은 절반을 넘어 근로자의 근무 방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정부가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별도의 법을 제정하기로 한 것도 플랫폼 종사자 전반에 대해 노동법을 적용하기는 이르다는 신중론과 같은 맥락에 있다.


그러나 노동계는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법으로 보호하되 근로자로 볼 수 없는 종사자를 제외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서는 플랫폼 기업이 노동자성을 부인할 명시적인 근거가 없는 한 사용자 책임을 다하도록 근로기준법 등 관련 노동법에 플랫폼 노동에 대한 규율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정부의 특별법 제정 방침을 비판했다.


양대 노총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자리위원회 참여 중단 등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 급증하는 플랫폼 종사자…사각지대에 방치하면 양극화 못 막아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은 플랫폼 종사자 보호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정부 대책에 포함된 배달 대행업체 인증제 도입과 등록제 검토, 산재보험 가입의 전속성 요건(플랫폼 종사자가 주로 한 업체를 대상으로 노무를 제공해야 한다는 조건) 폐지,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플랫폼 기업의 정보 제공 등 책임 강화 방안 등은 노동계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좀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플랫폼 종사자는 계속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직종도 훨씬 다양해질 수 있다.


업무를 과업 단위로 잘게 나눠 외주화하는 방식의 플랫폼 일자리는 기업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어 기업이 도입할 유인도 크다.


문제는 급격히 증가하는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법과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방치할 경우 이미 위험 수위를 넘은 사회 양극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플랫폼 종사자를 노동법이 아닌 특별법으로 보호하기로 한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플랫폼 일자리 확산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더욱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ljglor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12/21 11:4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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