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 미만은 무려 50곳… 공동체 기반 붕괴 가속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출생아 감소로 아기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운 지방자치단체가 급증하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가 그치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시차를 두고 텅텅 비어갈 수밖에 없다. 공동체의 기반이 사라지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들은 인구절벽에 따른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 연간 출생아 100명 미만 지자체 17곳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작년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22%인 50곳이 연간 출생아 수가 200명을 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출생아 100명 미만인 지방자치단체는 17곳으로 지난 2015년의 3곳과 비교해 5년새 14곳이나 증가했다.
연간 출생아 100명 미만 시군구는 2015년엔 경북 군위군·영양군·울릉군 3곳이었으나 2020년엔 이들 외에 부산 중구, 인천 옹진군, 강원 고성군·양양군, 충북 괴산군·단양군, 충남 청양군, 전북 무주군·장수군, 전남 곡성군·구례군, 경북 청송군, 경남 의령군·산청군이 추가됐다.
이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울릉군의 신생아는 작년에 30명으로 가장 적었고, 영양군(52명), 군위군(59명), 곡성군(68명), 단양군(74명), 괴산군(78명) 등은 80명에도 못 미쳤다.
이들 가운데 괴산군(0.67)과 단양군(0.78) 외엔 모두 합계출산율이 전국 평균(0.84)을 넘었으나 워낙 가임기 여성 수가 적어 출생아 수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연간 출생아 100명은 넘겼으나 200명 미만인 지자체도 33곳에 달했다. 이들 중 강원도 평창군(109명), 충북 보은군(112명), 전남 진도군(110명)·보성군(127명)·강진군(129명), 경북 고령군(100명)·봉화군(108명)·청도군(112명), 경남 남해군(105명)·함양군(105명)· 합천군(107명) 등은 100명 선이 위태롭다.
반면 현 수준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인 합계출산율 2.1명이 넘는 지자체는 5년 전 4곳에서 작년엔 전남 영광군(2.46명) 한 곳이 유일했다.
전국 광역자치단체 시도 가운데 합계출산율은 서울이 0.64명으로 가장 낮았는데 관악구(0.47명), 종로구(0.52명), 광진구(0.53명), 강남구(0.54명), 강북구(0.55명), 마포구(0.59명), 도봉구(0.60명), 용산구(0.63명) 등은 평균에도 못 미치는 극심한 저출산을 기록했다.
부산에서는 중구(0.45명)와 영도구(0.58명)의 출산율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
◇ 젊은층 유출로 인구절벽…"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전국 지자체에서 이처럼 아이 울음소리 듣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는 뭘까. 감사원은 지난달 나온 저출산·고령화 감사 결과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 인구정책담당자 245명을 설문 조사한 내용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6.3%가 '젊은 세대의 유출'을 꼽았고, 그다음은 '결혼 적정 인구 부족'(22.8%), '환경·경제적 이유로 인한 양육의 어려움'(8.9%), '주거비 상승'(6.9%), '결혼 또는 출산이 필수가 아니라는 가치관'(6.9%) 등의 순이었다.
젊은 세대 유출이나 결혼 적령 인구 부족은 둘 다 결혼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젊은층의 부재와 연결된다.
젊은이들이 양질의 교육이나 일자리, 다양한 문화생활 등을 쫓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인구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인구절벽을 완화하기 위해 해마다 출산 장려금·지원금·축하금 등의 자체 사업으로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효과는 신통치 않다.
지난 2010년부터 작년까지 전국의 지자체가 저출산 대응에 쏟아부은 자체 사업 예산은 모두 30조원이 넘는다.
최슬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출산장려금처럼 대부분 지자체가 주민 수를 늘리기 위해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출산 정책이 국가 차원에서 보면 제로섬인 경우가 많다"면서 "효과는 없이 비용만 증가하는 비효율을 방치할 게 아니라 중앙정부가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인구학자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젊은이들이 도시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는 동서고금 어느 나라나 똑같은 현상이었다"면서 "작년 우리나라 전체 신생아 수가 27만명이었는데 이를 농촌 지역 군 단위에서 나누려고 하는 인구 정책 노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어느 농촌 지자체가 연간 출생아 수를 10명, 20명 늘려봤자 아이들이 그곳에서 성년까지 자라나기 어려운 여건이어서 별 의미가 없다"면서 "이젠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 인구 5만명 미만인 군 지역을 통폐합해 행정이나 복지 낭비를 줄이고 자원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kimj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8/28 05: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