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자모원서 딸 키우며 예비 남편과 함께 대입 준비
(인천=연합뉴스) 배상희 기자 = "우리 아기를 보면 너무 예쁘고...책임감이 먼저 생깁니다"
8일 미혼모 대안학교인 인천 중구 자모원에서 딸과 함께 지내면서 대입 수시전형을 준비 중인 김아미(가명.17)양의 목소리가 떨렸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난 뒤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할까 두려워하던 김양은 학교를 자퇴하고 아버지의 권유로 지난 8월 자모원에 입소했다.
김양이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 4월. 생리를 몇 개월 거른 뒤 친구와 함께 산부인과를 찾았을 때다.
김양은 자신의 뱃속에 아기가 있다는 말을 의사한테 처음 들었을 때 온 세상이 자신에게서 등을 돌린 것 같은 막막함과 두려움을 느꼈다.
머릿속에 남자친구와 부모님, 친구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고 자신의 미래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난해 말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박종찬(가명.18)군을 처음 만났고 얼마 뒤 박군의 아이를 가지게 됐다. 당시 김양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고 박군은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 박군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 박군은 망설임 없이 '내가 책임지겠다. 애를 낳자'라고 든든하게 말해줬다.
2개월 뒤 양가 부모님께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는 양가 모두 침울한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태어난 지 1개월도 안 된 손녀와 '예비 사위.며느리'를 매우 예뻐해 주신단다.
박군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이 수능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대학은 나와야 처자식 이끌면서 가장 노릇을 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박군은 1주일에 5일 일을 해서 번 돈 50만원으로 김양의 산후 조리용 간식과 부모님 용돈까지 챙긴다.
피부미용과에 진학해서 전문 피부관리사가 되고 싶다는 김양은 "아기에 대한 책임감만큼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감도 크다"라고 말했다.
김양은 "피부관리 업계에서 성공해 돈도 많이 벌고 우리 아기도 남 부럽지 않게 키우겠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김양은 현재 학교 성적표 등 필요한 서류를 검토하면서 전 담임 선생님과 함께 경기도에 있는 전문대학교 수시 전형 지원을 준비 중이다.
예비 신랑 박군은 동물에 관심이 많아 동물 관련 학과에 진학하고 싶어한다.
대학에 진학하면 MT도 가고 친구들과 미팅도 하고 싶겠지만 아무래도 딸 아이를 키우려면 또래 친구들이 꿈꾸는 '캠퍼스의 낭만'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김양은 '나만 믿으라'는 듬직한 박군과 예비 가족을 지지해주는 양가 부모님이 있어 행복하다.
김양은 "내년 2월 자모원을 졸업하면 혼인신고를 하고 시댁에 들어갈 것 같아요. 시댁에서 통학하면서 전공 공부 열심히 하려고요"라면서 수줍게 웃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11/08 14:0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