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엘보 환자의 70% 주부 차지… 충분한 휴식과 꾸준한 스트레칭 통해 예방
[쿠키 건강] #베테랑 주부 한모(55·여)씨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집안일을 하다 날벼락을 맞았다. 프라이팬을 잡으려는 순간 팔꿈치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기 때문. 갑작스런 통증에 놀란 한씨는 한동안 팔에 힘을 주지 못하고 앉아 있었다. 근육이 놀란 건가 싶어 잠깐 휴식을 취하고 다시 프라이팬을 잡은 한씨. 그런데 통증은 팔꿈치 안쪽까지 전해져 왔다. 며칠 쉬면 괜찮아지겠거니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더욱 심해졌고, 팔꿈치에만 있던 통증은 어느새 어깨까지 올라왔다. 결국 참다 못해 병원을 찾은 한씨는 뜻밖에 ‘테니스 엘보’ 진단을 받았다. 살면서 테니스 라켓은 잡아본 적도 없는데 테니스 엘보라니…? 그저 황당하기만 한 한씨다.
직업으로 인해 생기는 병을 직업병이라고 부른다. 장시간 컴퓨터를 많이 하는 직장인은 목, 어깨 질환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요리사나 운전사들은 손목터널증후군 등에 노출되기가 쉽다. 그렇다면 집안 일이 주 업무인 주부들은 어떠할까? 물론 빨래는 기본, 청소와 설거지, 요리까지 다 하는 주부들에게도 고질적인 직업병은 있다. 그 중 ‘팔꿈치 통증’은 주부라면 한 번쯤은 경험하는 통증이다. 이러한 팔꿈치 통증은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많이 생겨 ‘테니스 엘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최근에는 테니스 라켓을 한 번도 잡아보지 않은 주부들에게 더 많이 생겨 ‘주부 엘보’라는 말까지 생겼다. 실제로 관절, 척추 전문 정동병원에 따르면, 2007~2009년까지 테니스 엘보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2%가 실제 테니스 부상으로 인한 환자, 70%가 주부 환자라고 한다. 이는 테니스 엘보의 대부분의 환자가 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치다.
◇테니스 라켓 한 번 안 잡아본 주부도 공격한다? ‘주부 엘보’
테니스 엘보란 팔 관절과 손목에 무리한 힘이 주어져 팔꿈치 관절 주위에 통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의학 용어로는 ‘상완골 외상과염’으로도 불리는 테니스 엘보는 팔 관절과 손목의 잦은 사용으로 인해 팔꿈치에서 손등에 이르는 뼈를 싸고 있는 힘줄이 부분적으로 파열되는 것이 그 원인이다. 팔꿈치의 ‘상과’(팔꿈치의 내측과 외측에 튀어나온 뼈)는 손목과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힘줄들이 많이 붙어 있는데 팔 관절과 손목을 무리하게 반복적으로 사용할 경우, 이 힘줄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테니스의 백핸드 스트로크 동작을 과다하게 할 때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테니스 엘보라고 많이 불리지만 테니스 선수 이외에도 골프나 배드민턴 선수, 목수, 컴퓨터 자판을 많이 사용하는 직장인 등에게도 나타난다. 그러나 최근에는 30~50대 주부들에게 많이 발병해 ‘팬 엘보’ 또는 ‘주부 엘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테니스 라켓을 한 번도 잡아보지 않은 주부들에게 테니스 엘보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오랜 기간 가사 일을 통해 프라이팬이나 김치통, 주방기구 같은 무거운 물건을 많이 드는 작업을 하거나, 손목을 자주 젖히는 등 팔과 손목에 무리를 주는 동작을 반복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찌릿한 팔꿈치 통증은 기본, 사소한 일상생활에까지 영향 미쳐
테니스 엘보의 가장 큰 증상은 팔꿈치의 통증이다. 팔을 앞으로 쭉 펴고 손가락에 힘을 준 상태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아래로 누르면 팔꿈치에 통증이 느껴진다. 또한 의자를 한 손으로 들거나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 다음 팔꿈치의 동글동글한 부분을 누르면 아프고, 손등을 위로 향하게 한 상태에서 주먹을 쥐고 힘껏 손등을 위로 젖혔을 때 팔꿈치 바깥쪽으로 통증이 일어나면 테니스 엘보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테니스 엘보는 증상이 심해질 경우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생긴다는 점이다. 자동차 시동을 걸고, 커피 잔을 드는 등 간단한 움직임에도 통증이 생기고, 머리를 감거나, 양치질을 할 때, 문고리를 돌리거나 병마개를 딸 때, 나사를 돌리거나 젓가락을 쥘 때, 주전자 손잡이를 들거나 걸레를 짤 때 등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동에도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보존적 치료로 호전 가능! 그러나 방치하면 관절내시경 수술 불가피해
테니스 엘보의 가장 좋은 치료법은 충분한 휴식이다. 약 4~6주 간 팔을 쉬게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손과 팔은 자주 사용하는 부위이기 때문에 팔꿈치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엘보 밴드를 이용하거나 가벼운 보조기를 활용하면 통증 유발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테니스 엘보 초기에는 냉찜질을 하는 것이 좋지만 수주일 이상 만성화된 경우라면 온찜질과 자가 마사지를 해야 한다. 또한 소염제 등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통증이 심한 경우라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통해 통증을 호전 시킬 수도 있지만 인대의 손상을 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인대를 강화시키기 위해 증식 치료(인대 강화 주사 치료, 프롤로테라피)를 하기도 하며, 체외 충격파 치료도 도움이 된다. 이에 김창우 정동병원 대표원장은 “테니스 엘보의 경우 대부분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만으로도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지만 통증을 계속해서 방치하게 되면 수술이 불가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테니스 엘보의 수술은 관절 내시경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피부에 1cm 미만의 작은 구멍을 낸 후, 관절내시경을 삽입해 팔꿈치 안쪽에 생긴 염증을 제거해 손상 회복을 유도하는 것이다. 관절내시경 수술은 직접 모니터를 통해 관절 안을 확인하면서 수술이 진행되므로 정확한 근본 치료가 가능하며 절개 범위가 매우 작기 때문에 출혈이나 합병증의 위험이 적고, 수술시간이 비교적 짧으며 회복 기간 또한 짧아 환자에게 수술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김 원장은 테니스 엘보는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질환인 만큼 평소 스트레칭 및 근력강화 운동을 통해 뭉친 근육과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TIP. ‘주부 엘보’ 예방법]
1. 가사 노동 후에는 최대한 충분한 휴식을 취하자.
2. 평소 손가락, 손목 등의 근육과 힘줄이 단련되도록 스트레칭하기(테니스 공을 손에 쥐고 세게 잡았다 폈다를 반복하기)
3.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팔 굽혀 펴기를 해 근력 키우기
4. 운동 전에는 손목 및 팔꿈치 부위 스트레칭이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