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최근 국내에서 NDM-1(뉴델리 메탈로 베타 락타메이즈-1) 유전자를 지닌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감염자 4명이 확인된 가운데 확산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NDM-1 CRE는 병원성과 치명률이 약한데다 주로 면역력이 떨어진 중환자들에게서 발생하고 치료 가능한 항생제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는 대상이지만 그렇다고 가벼이 볼만한 세균은 아니다.
사실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은 이미 6개 다제내성균중 하나로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07년부터 27개 병원에 대한 실험실 표본감시체계를 통해 국가적 관리대상이 돼 왔다.
표본감시 결과 국내에서 CRE는 평균 1%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유병률 6∼7%보다는 발생빈도가 약한 편이다.
다제내성균은 CRE 외에도 반코마이신 내성 포도상구균(VRSA),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 반코마이신 내성 장구균(VRE), 다제내성녹농균(MRPA), 다제내성아시네토박터균(MRAB) 5종의 다제내성균이 있다.
세균과 항생제의 `싸움'에 따라 세균의 내성이 진화하면서 CRE는 다제내성균 가운데 가장 나중에 등장한 세균이다. 중증환자에게 주로 사용하는 초강력 항생제인 카바페넴에 내성을 보이지만 그 위험성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 형태의 CRE중에서도 최근 인도와 파키스탄에서 등장한 NDM-1 유전자를 지닌 CRE는 각국의 공중보건상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NDM-1 유전자를 가진 CRE는 콜리스틴과 티거사이클린이라는 항생제를 제외한 거의 모든 항생제에 듣지 않기 때문에 치료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콜리스틴은 신장에 부작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신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는 쓸 수가 없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콜리스틴은 50년대 개발된 항생제로 독성이 강해 오래전 사장됐다가 최근 다제내성균이 발견되면서 일부 의료기관에서 다시 꺼내 쓰고 있다"며 "카바페넴을 비롯한 대다수 항생제가 듣지 않을 때 대체 치료제로 쓸 수 있지만 장기간 사용할 수 없는 제한적인 치료제"라고 말했다.
게다가 균의 작은 파편만으로도 전염될 수 있는 새로운 전파기전을 갖고 있어 확산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NDM-1 유전자가 박테리아 안에서 복제돼 독자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염색체 이외의 DNA분자인 플라스미드(plasmid)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는 이 유전자가 쉽게 복제돼 대장균, 클레브시엘라 폐렴간균 등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로 옮겨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스웨덴에 거주하고 있던 59세 인도인 남성이 지난 2007년 12월 인도 뉴델리병원에 입원한 뒤 이듬해 1월8일 스웨덴의 한 병원으로 옮겼는데 그 다음날 NDM-1 유전자가 소변의 클레브시엘라 폐렴간균과 대변의 대장균에서 모두 발견됐다.
이미 NDM-1 CRE 발생국이 20개국으로 확산된 상황이다.
더불어 최초 발생지로 알려진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NDM-1 CRE가 지역사회 감염증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라는 것도 우려할만한 점이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1일부터 NDM-1 생성 CRE을 지정전염병으로 긴급 고시하고 CRE가 의심되는 균주에 대해 NDM-1 생성 여부를 확인해왔다.
전세계적으로도 다제내성균을 법정감염병으로 관리하고 있는 나라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7개 상급종합병원으로부터 NDM-1 CRE이 의심되는 검체 16개를 의뢰받아 정밀검사를 한 결과 이중 4개 검체가 NDM-1을 생성하는 CRE임을 확인했다.
13개 검체는 NDM-1 유전자와 관계없는 단순 CRE였고 3개는 CRE도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항생제 처방량이 세계에서도 매우 높은 편인 우리나라에 다제내성균이 점차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오는 30일부터 모두 6개의 다제내성균에 대한 표본감시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박혜경 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과장은 "현재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에는 감염대책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으며 다제내성균의 조기진단과 감염확산 방지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표본감시 등 방법으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12/15 15:1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