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100일..교육현장은 아직 논쟁중


등록일 2011-01-11
정보제공처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떡매'(떡메모양 몽둥이) 체벌 논란을 빚었던 경기도 수원 S고는 최근 학교생활인권규정을 개정해 체벌을 금지했다. 사진은 당시 문제가 된 체벌 피해 학생 모습(자료사진)
지난해 10월 '떡매'(떡메모양 몽둥이) 체벌 논란을 빚었던 경기도 수원 S고는 최근 학교생활인권규정을 개정해 체벌을 금지했다. 사진은 당시 문제가 된 체벌 피해 학생 모습(자료사진)

 

(수원=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지난해 10월 '떡매'(떡메모양 몽둥이) 체벌 논란을 빚었던 경기도 수원 S고는 최근 학교생활인권규정을 개정해 체벌을 금지했다.

  

엄격한 생활지도의 전통을 갖고 있던 이 학교는 지난해까지 교사의 훈계나 지도에 변화가 없거나 학습태도가 불성실한 학생에 대해 '교육벌'을 허용해왔다.

  

하지만 과도한 체벌이 학부모단체의 반발을 촉발하면서 교육청 감사와 징계까지 받은 끝에 학교규정을 개정했다.

  

또 '학생회가 주관해 전통을 이어가는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기존 두발 규제 조항을 '두발 길이는 자유롭게 하되 단정함과 청결함을 유지한다'고 변경해 수년간 이어온 '스포츠형 머리' 원칙을 포기했다.

  

◇체벌은 금지, 두발은 제각각..새 학기 논란 여지

 

지난해 10월 5일 경기도교육청이 전국 처음으로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지 13일로 100일이 되면서 학교별 생활인권규정 개정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체 초중고(2천131개교)의 96.3% 2천53개교가 학생인권조례를 반영해 학교생활인권규정을 변경했고 나머지 학교는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거나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절차만 남겨 놓고 있다고 도교육청은 파악했다.

  

지난해 8월 체벌로 피멍이 든 학생의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돼 논란이 됐던 안산 S고도 체벌을 금지했다.

  

이 학교는 당시 '부득이한 경우' 손을 들게 하거나 직경 1㎝ 이하 회초리로 3회 이하로 때리도록 체벌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었다.

  

이 학교 교장은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학생인권조례의 큰 흐름을 따르는 데 이견이 없었다"며 "당시 체벌사건을 전화위복의 기회를 삼아 교사와 학생들이 신뢰를 되찾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체벌금지 원칙이 일선학교 규정에 대부분 반영된 것과 달리, 두발 문제는 학교에 따라 조금씩 달라 새 학기가 시작되면 혼선과 논란이 예상된다.

  

상당수 학교가 남학생은 '교복과 어울리는 단정??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남학생의 경우 '머리를 치올려 깎고 앞머리는 눈썹에, 옆머리를 귀에 닿지 않는다'거나 여학생의 경우 '단발형과 커트형을 기본형으로 머리를 풀었을 때 어깨에 닿지 않게 한다'고 두발 길이를 제한했던 수원 C고의 경우 최근 '두발은 모양새가 자유스러우며 균형을 이루는 단정한 형태로 한다'고 규정을 바꿨다.

  

화성 A고는 '학생신분에 맞는 청결하고 단정한 머리'라는 모호한 규정을 두기도 했다.

  

고양 I중의 경우 남학생의 경우 '뒷머리는 뒷목, 옆머리 귀밑 3㎝, 앞머리는 눈을 가리지 않게' 제한했다.

  

이는 두발 길이 규제를 금지한 학생인권조례의 기준과 배치된 것이다.
이밖에 치마를 입은 후 특정 색깔의 스타킹만 신을 수 있도록 제한한 여고도 있고, 멜빵 형식의 가방을 들고 다닐 수 없게 한 고교도 있다.

  

조례에서 소지는 허용하되 수업시간 중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휴대전화의 경우 대부분 학교가 등교 후 학교에서 보관했다가 하교 때 돌려주도록 해 교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놓고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도교육청은 새 학기 시작 전까지 학교별 규정을 검토해 학생인권조례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을 경우 장학지도를 통해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어서 새 학기 현장의 변화가 주목된다.

  

◇교총 "교권추락 원인"..경기교육청 "과도기 현상"

 

학생인권조례를 두고 경기도교육청과 보수 교원단체 간 시각차가 여전하다.

  

경기교총은 "학교현실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시행 등 도교육청의 선심성 교육정책들로 인해 일선학교는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 차원에서 법령에 의거해 학생생활지도 관련 규정이 통일적으로 마련될 때까지 조례 시행을 보류해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문제 학생이 발생하면 상담, 봉사, 대안교육, 학교장 통고제, 학교생활인권규정 등 '5단계별 학생생활지도 방안'에 기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경기교총 윤완 교육정책위원장은 "체벌이나 인권에 대해 교과부 차원에서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혼란이 없도록 통일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면서도 "도교육청이 교권 보호 차원에서 효과적인 대체 프로그램을 내놓겠다고 하니 일단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전교조경기지부 김영후 정책실장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학교현장에서 체벌금지에 관한 반론이 적지 않다는 측면에서 추진과정에 아쉬움이 있지만, 이제는 체벌을 교권과 연관 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말 집중적으로 발생한 교사 폭행 등 교권침해 사안에 대해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권에 대한 논의가 체벌과 연결된 것은 아쉬운 점"이라며 "체벌을 허용하느냐, 마느냐로 교권을 보는 것은 너무 편협하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13일 도교육청 제5회의실에서 교육국장과 학생학부모지원과장, 생활인권담당장학관, 중고생 10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학생인권조례 100일 기념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1/11 08:31 송고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