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동의요구 무기 연기…시의회와 더 협상"
시의회 "요구안 상정조차 안할 것"…협상 난망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서울시가 무상급식 전면 실시 여부를 주민투표로 물으려던 계획을 계속 연기해 계획 자체가 백지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시의회와 최대한 더 협상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시의회 민주당측이 주민투표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주민투표 동의요구서 제출이 언제 이뤄질지조차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제안한 것은 지난 10일. 오세훈 시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정이 무상급식에 발목이 잡히고 그 과정에 서울의 미래와 시민의 삶이 외면당하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어 전면 무상급식 시행 여부에 대해 시민 여러분의 뜻을 묻고자 한다"며 주민투표 안을 내놨다.
그는 "망국적 무상 쓰나미를 서울에서 막지 못하면 국가 백년대계가 흔들린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주민투표를 제안한다"며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시는 오 시장의 의지를 뒷받침하듯 곧바로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서를 11일이나 12일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1일이 되자 청구서 제출 예정일을 12일로 연기하고 같은 날 오후에는 다시 17일로 일정을 바꿨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서 형식이 아니라 서울시장 발의의 주민투표 동의요구서를 정식 의안으로 내기로 함에 따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가 밝힌 연기 사유였다.
이종현 대변인은 "시장 발의의 동의 요구서를 제출하면 시의회는 이를 본회의에서 의결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측의 일방 결정 차원을 넘어 검토와 의결 절차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후 16일이 되자 "시보에 하루 게재하는 공람공고 절차를 충실히 밟겠다"며 주민투표 동의 요구안 제출을 18일 오전으로 다시 하루 연기했다.
하지만 시보에 공고하지 않은 채 17일을 넘겼고 18일이 되자 결국 주민투표 동의요구서 제출을 다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추후 예정 날짜조차 지정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주민투표 제안 직후 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이 거부의사를 밝힌 데 이어 민주당 시의원들이 주민투표 동의안을 상정조차 않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해왔기 때문"이라고 연기 사유를 설명했다.
시의회가 동의요구안을 무한정 계류하면 소모적 갈등이 지속되고 이로 인한 시민 혼란도 커질 것이므로 조율이 될 때까지는 동의안 제출을 미루고 최대한 더 협상해보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 동의요구서 제출을 계속 연기한 것은 한나라당 일각에서 주민투표 성사 가능성과 향후 파장을 우려하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게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서울시가 시의회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하는 민주당측의 동의없이 계획대로 주민투표를 하려면 주민투표 청구권을 갖고 있는 시민 총수의 5% 이상 서명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의 전폭적 지지가 없이는 시민 41만명의 서명을 받는 일이 쉽지?민투표가 실시된다 해도 유효 투표율인 3분의 1 이상을 넘기가 어렵고 투표 결과 행여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이후 총선과 대선까지 엄청난 파장이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에서 오 시장의 입장을 지지하는 의견도 많지만 주민투표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 안팎에서는 "칼을 꺼내들었다가 무도 베지 않고 도로 칼집에 넣는 형국이 되는게 아니냐"는 전망이 솔솔 나오고 있다.
즉 서울시가 시의회와의 추가 협상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변이 없는한 양측간 의견 조율이 불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대외적으로 주민투표 동의요구서 제출을 무기한 미루면서 내부적으로는 사실상 계획을 백지화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시의회에 대한 강경 대응 입장을 전환해 서해뱃길을 비롯한 시의 역점사업과 무상급식 등을 포함한 시의 올해 예산안을 놓고 빅딜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1/18 10:4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