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선염 발병 횟수 코골이 증세 등 고려해 결정편도 떼어내면 면역기능 저하는 속설일 뿐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감기만 들면 편도선이 심하게 부어 고생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럴 때마다 부모는 아이의 편도선을 잘라내는 수술을 해줘야 말지 고민하게 된다. 더욱이 요즘은 수술이 적기인 방학인데다 강추위로 어린이 감기환자가 크게 늘면서 이 같은 고민을 호소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또한 심하게 코를 골거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어린이도 편도와 아데노이드를 절제하라는 의료진의 권유에 고민하기 일쑤다.
사실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는 수술을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수술을 할 때와 미뤘을 때의 손익을 비교해보면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이 나온다.
수술을 하지 않았을 때 환자가 겪을 고통이나 잠재적 위험 등이 수술로 인한 부담보다 큰데도 수술을 피하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어린이 편도선 수술과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본다.
◇ 1년에 3~4회 넘게 고열 동반한 편도선염 앓으면 절제해야 = 편도선 수술이라고 하면 대개 구개 편도를 잘라내는 것을 말한다. 목젖 양쪽으로 도톰하게 보이는 게 구개편도다. 여기에 염증이 생겨 붓는 것을 편도선염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편도선이 자주 붓고 목에 통증이 있는 정도로는 수술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열을 동반한 편도선염을 1년에 3~4회 이상 앓는다면 편도선 절제수술이 필요하다.
만약 이런 경우에도 편도선 수술을 하지 않고 놔두면 편도선염의 독소가 혈관을 타고 심장이나 콩팥 관절 등으로 옮아 심내막염이나 신우신염 관절염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물론 요즘은 항생제의 발달로 이렇게까지 악화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
◇ 심한 코골이 수면무호흡증에도 편도ㆍ아데노이드 절제 필요 = 어린이가 무슨 코를 고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국내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주일에 1회 이상 코를 고는 어린이가 15.6%고 거의 매일 코를 고는 아이도 4.3%나 된다는 보고가 있다.
이처럼 거의 매일 심하게 코를 곤다거나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구개편도와 아데노이드(목젖 뒤쪽에 위치)를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물론 구개편도나 아데노이드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성인수준으로 작아지는데 굳이 수술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때까지 기다리기엔 소아 코골이로 인한 악영향이 너무 크다는 게 이 분야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코골이로 깊은 잠을 자지 못해 낮에 활동에 지장을 받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두뇌발달과 성장발육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성장기 어린이는 숙면을 취하는 동안 성장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데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줄어든다.
또한 코를 심하게 골면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혈액의 산소농도를 나타내는 혈액 산소포화도가 떨어진다. 특히 뇌는 산소포화도에 예민해서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두뇌발달이 저하되고 낮에도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 편도 떼면 면역기능 떨어진다? =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면역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면 면역기능이 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영아기에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면역기능을 일부 담당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다른 기관의 면역기능이 발달함에 따라 편도와 아데노이드가 가지는 면역기능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또한 편도아데노이드를 절제한 뒤 나타나는 면역기능 변화에 대한 연구를 봐도 수술 때문에 면역기능이 유의하게 떨어졌다는 결과는 아직 없다. 한마디로 면역기능이 문제가 될 정도로 떨어진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편도선 수술을 하려면 전신마취가 필요한데 전신마취를 하면 기억력이 감퇴하는 등 머리가 나빠진다는 속설도 있다. 이 또한 근거없는 얘기다. 1970년대 이전에 마취제로 쓰였던 에테르는 기억력 저하나 건망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일부 있었지만 요즘 사용되는 마취제는 기억력 감퇴와는 무관하다.
간혹 전신마취 뒤 하루 이틀 동안 기억력이 떨어지는 듯한 경험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마취제가 몸에서 완전히 배출되지 않아서 나타나는 일시적 증상일 뿐이다.
◇ 만 2세 15kg 이상이면 수술 가능 = 편도선 수술은 만 2세 이상 몸무게는 15㎏ 이상이면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 전날 입원해 수술 다음날 오전이면 퇴원할 수 있다.
입원기간은 대개 2박3일이다. 수술 후 상처가 아무는 1~2주 정도는 부드럽고 차가운 음식을 먹는다. 질긴 야채나 뜨겁고 짜고 매운 자극성 음식 청량음료 등은 통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아이스크림이나 차가운 우유 등이 도움이 된다. (도움말 :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주형로 박사)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1/23 07: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