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정위-대기업 CEO 동반성장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대기업CEO들과 만나 동반성장을 위한 정책 방향을 설명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한용 포스코 경영지원부문장, 홍경진 STX조선해양 부회장, 김영태 에스케이 사장,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윤주화 삼성전자 사장, 남영선 한화 사장,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 기옥 금호산업 사장, 나완배 지에스칼텍스 사장, 손종호 엘에스전선 사장, 남영우 엘지전자 사장,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채정병 롯데쇼핑 사장, 한철수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2011.2.11 |
현대ㆍ삼성 등 `제 식구 몰아주기'에 시장 혼탁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신창용 기자 = 직장인에게 퇴직금은 여생을 의지할 가장 든든한 경제적 버팀목이다.
따라서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는 것이다. 자산 운용능력이나 수수료, 서비스와 상품 등 객관적 평가를 거쳐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사업자 선정은 퇴직연금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관점에서 결정되기보다는 계열관계 등에 좌우되는 것이 허다하다.
퇴직연금시장이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의 `나눠먹기식' 구도로 흘러가>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HMC투자증권의 작년 말 기준 퇴직연금 운용관리계약 적립 규모는 1조2천608억원으로 증권업계에서 1위, 전체 퇴직연금 업계 8위다.
2009년 말 증권업계 최하위에 머물던 HMC투자증권이 불과 1년 만에 순위가 수직으로 상승한 것은 모회사인 현대자동차에서 퇴직연금을 따냈기 때문이다.
1분기에 예정된 약 1조원 규모의 기아차 퇴직연금까지 유치하면 HMC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운용관리 계약 적립규모는 단숨에 2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삼성생명(4조5천340억원)과 국민은행(2조8천383억원), 신한은행(2조6천569억원), 우리은행(2조3천880억원)에 이어 업계 5위로 뛰어오르게 되는 것이다.
모기업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는 것은 하이투자증권도 마찬가지다. 모회사인 현대중공업이 물량을 몰아준 덕분에 하이투자증권은 단숨에 증권업계 3위로 뛰어올랐다.
대기업들의 퇴직연금 `제 식구 몰아주기'는 일반화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이 삼성생명을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한 데 이어 삼성생명, 삼성SDI, 제일모직 등은 삼성화재에 퇴직연금을 맡겼다.
롯데그룹(롯데손해보험), 한화그룹(한화손해보험), 동부그룹(동부생명, 동부화재), 현대그룹(현대증권) 등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다.
대기업들의 계열사 챙기기는 회사 내부 입장에서는 `윈-윈(win-win)'처럼 보일 수 있지만, 퇴직연금 시장의 혁신과 경쟁을 가로막는 불공정행위라는 지적을 받는다.
사정이 이렇자 금융 계열사를 두지 않은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퇴직연금사업을 접거나 조직을 축소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그만큼 선택의 기회를 잃게 되는 셈이다.
토러스투자증권 원재웅 애널리스트는 "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사들은 현대차 눈치를 보느라 다른 증권사는 아예 고려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계열사 밀어주기를 내버려둔다면 근로자들의 선택권이 심각하게 침해받는 것은 물론 퇴직연금??다.
퇴직연금을 계열사에만 수탁해 놓았으면 해당 그룹이 갑작스레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원활한 지급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가 생길 소지도 있다.
퇴직연금 선진국 일본은 계열관계가 사업자 선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2001년부터 `퇴직연금운용관리기관 선임 이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유서에는 `운용관리 기관 비교표'를 통해 선정사유를 요약해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사업자가 선정되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손성동 연구실장은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 퇴직연금 몰아주기가 관행처럼 자리를 잡은 것은 퇴직연금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규정이 매우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일본에서 활용되는 `운용관리기관 선임 이유서'를 도입하고 기업주와 사업자보다는 근로자의 이익이 우선 보장되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가입자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손 실장이 제안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2/14 06:1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