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직장인 김모(45)씨는 중학교 2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6학년 딸의 학원비로 월평균 200만원을 쓴다.
김씨는 "여기에 생활비 200만원과 주택담보대출 이자 등을 합하면 저축은 꿈도 못 꿀 형편"이라며 "하지만 주변에서도 이 정도 지출은 하기 때문에 줄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부담스러우면서도 쉽사리 줄이기 어려운 사교육비.
사교육 참가율과 사교육비 지출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는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오랜 과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여러 정책수단을 쓰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여 사교육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자율형 사립고 허용이라든가 수준별 이동수업 실시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학부모가 학교 교육에 만족하더라도 사교육 지출비용이나 자녀의 사교육 참가시간을 크게 줄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한국금융연구원 `한국경제의 분석'에 실린 `학부모의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와 사교육 수요의 결정 요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박철성 한양대 교수는 "중학생을 중심으로 학부모의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와 사교육 수요에 대한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그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가 한국교육개발원의 한국교육종단연구 자료를 이용해 실증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학부모의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상승할수록 대체로 사교육 수요는 감소했지만, 그 정도는 매우 작았다.
특히 평균 사교육비와 사교육 참가시간이 가장 큰 3학년의 경우 학부모의 학교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사교육 수요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추정됐다.
학부모의 학교 교육 부문별 만족도를 9개로 나눈 뒤 각각의 추정결과를 종합했더니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한 표준편차만큼 상승할 때 월 사교육비는 평균적으로 1학년은 5천원, 2학년은 7천600원 감소했지만, 3학년은 1천400원으로 감소분이 대폭 줄었다.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은 학부모의 사교육비와 가장 높은 학부모의 사교육비 차이는 월평균 1학년 2만원, 2학년 3만원이었지만 3학년은 6천원에 불과했다.
학부모의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와 학생의 사교육 참가 시간과의 상관관계도 비슷했다.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은 학부모의 자녀가 받는 사교육 시간과 만족도가 가장 높은 학부모의 자녀가 받는 사교육 시간 차이는 평균 0.1시간 이하인 것으로 추산됐다.
박 교수는 "이 같은 결과를 미뤄 볼 때 학교 교육 개선과 그에 따른 학부모의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 상승이 사교육비나 자녀의 참가시간에 주는 효과는 매우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가장 높은 중학교 3학년 때 학부모의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사교육 수요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사교육의 목적이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아닌 순위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투자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순위경쟁에서 이기려면 모든 학생이 똑같이 받는 공교육으로는 차별화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쟁에서 이기기 위한 투자라는 사실을 고려해 정책수단을 다른 영역에서 더 활발하게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5/17 06:1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