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살기에 가장 위험한 나라로 아프가니스탄이 꼽혔다. 민주콩고, 파키스탄, 인도, 소말리아 등도 불명예 ‘톱 5’에 들었다.
<로이터> 통신의 법률뉴스 서비스인 ‘트러스트 로’는 전세계 213명의 젠더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보건의료, 성폭력, (성폭력을 제외한) 일반적 폭력, 문화·종교적 요인, 경제적 접근권, 인신 매매 등 6가지가 ‘여성 위험성 평가’의 기준이다.
아프간은 보건, 일반적 폭력, 경제적 접근권 등 세 항목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응답자들은 아프간의 유례없이 높은 모성사망률과 경제적 권리의 거의 전적인 박탈, 제한된 의료권 등을 지적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아프간은 산모 11명 중 1명이 출산 중 목숨을 잃는다.
아직도 내전의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는 민주콩고에선 매년 40만명이 넘는 여성들이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집계가 나올만큼 성폭력이 일상적이다. 성폭행이 적들에 대한 ‘무기’로 쓰이는데다, 징집된 여성 군인들은 집단내 성노예로 전락하기 일쑤다. 인권단체들은 콩고 무장세력들이 세살바기 여아에서부터 나이든 여성까지 나이를 가리지 않으며, 집단성폭행을 한 후 사살해버리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한다.
파키스탄은 종교·문화적 전통과 가부장적 부족사회의 관행이 여성 인권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으로 꼽혔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매년 1000명의 여성이 엄격한 이슬람식 성 규범을 어겼다는 이유로 가족이나 친척에 의해 ‘명예살인’으로 희생된다. 신부 쪽이 치러야 하는 지참금 부담과 조혼 풍습도 여성 인권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소말리아의 여성들도 열악한 보건과 성폭행, 경제적 종속과 여성 성기 절제술에 시달린다. 마리안 카심 여성부장관은 “소말리아가 1위가 아닌 5위라는 사실에 놀랐다”며 “모성보건이 전무한 탓에, 여성이 임신하면 생사가 갈릴 확률이 50 대 50일 정도”라고 탄식했다.
빈곤과 분쟁에 찌들린 나머지 네 나라와 달리, 신흥 경제대국이자 기술강국인 인도가 여성들에게 위험한 나라 상위 5개국에 든 것도 눈길을 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여아살해와 인신매매 탓이다. 2009년 당시 마드후카르 굽타 내무장관은 그 해에만 1억명의 인도인이 인신매매에 연루됐으며 그 대다수가 여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