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성 우울증으로 나타나는 청소년들의 자살 신호, 대화가 중요
최근 청소년들의 잇따른 자살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청소년들도 좌절, 실망감, 상실감이 큰 경우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그 빈도도 성인만큼 흔하다.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과 양재원 교수는 20일 "소아청소년 우울증은 성인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며 "무단결석, 게임중독, 가출, 비행 등 행동문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신체 증상 호소, 성적 저하로 위장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부모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우울 감정이 감추어진 형태, 즉 가면성 우울(masked depression)의 형태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청소년, 감정기복으로 충동성 증가 시기
특히 우울증을 가진 소아청소년의 70%에서 자살사고를 갖거나 자살을 시도한다. 이는 청소년기가 성장 발달학적으로도 감정기복과 충동성이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우울증의 원인은 크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에 의한 생화학적 원인, 유전적 원인, 환경적 원인으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의 경우에는 환경적 요인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족 간의 갈등, 부모의 죽음이나 이혼, 아동학대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모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이전과 다르게 짜증을 내고 예민한 기분을 보이고 집중력 장애, 학습 능력 저하와 더불어 복통, 두통과 같은 신체 증상을 호소한다면, 소아청소년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특히 등교를 거부하거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상담을 받아야 한다.
■따뜻한 대화가 극단적인 상황 막아
또 청소년이 자살에 대한 충동이나 생각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한다면 사춘기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자살 의사를 보이는 경우 주위에서 따뜻하게 공감해주고 함께 해 준다면 극단적인 상황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맞벌이가 일반화 된 사회 구조 때문에 자녀와의 대화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부모가 평소 아이가 자신의 기분 상태를 부모에게 잘 표현할 수 있도록 가정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양 교수는 "소아청소년 우울증은 여러 가지 합병증이 나타나거나 만성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조기에 징후를 발견하고, 약물치료, 놀이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의 치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충분히 완치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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