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초등학교 수업모습(자료사진)
수석교사제 법제화 1년…현장선 "보완 필요"
3월1일자 1천131명 활동 중…교원단체 평가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김연정 기자 = 25일로 `교육계의 30년 숙원'이던 수석교사제 법안이 공포된 지 1년이 된다.
수석교사제는 교과 전문성이 높은 교사를 '수석교사'로 뽑아 수업 노하우를 다른 교원과 공유하게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수석교사들은 교육현장에 학구적인 분위기를 조성해나가는 등 조금씩 변화를 낳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령에 직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활동에 제약이 있고 교감 등 관리직과 갈등도 있어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수업 개선에 큰 도움" = 작년 7월말 수석교사제가 법제화된 뒤 처음 선발된 수석교사 1천131명은 올해 3월1일자로 임명돼 전국에서 활동 중이다.
각 학교ㆍ교육청에서 수업 컨설팅, 현장연구, 교육과정ㆍ교수학습, 평가방법 개발ㆍ보급 등의 활동을 하고 생활지도 컨설팅도 맡고 있다.
수석교사는 매달 연구활동비 40만원을 지급받고 수업시수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또 근무성적 평정 대신 컨설팅과 공개수업 실적 등을 평가하는 별도 업적 평가를 받는다.
수석교사제의 최대 장점은 교직사회에 '수업 잘하는 교사'가 되려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수업을 개선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막막했던 교사들에게 멘토가 돼 주는 것이다.
또 수석교사제는 교원 승진경로를 다변화해 행정보다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많은 교사에게 교장 이외의 진로를 열어준다는 의미가 있다.
◇"교감과 갈등…제도 인식 부족" =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수석교사제가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중고교를 중심으로 수석교사의 수업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든 만큼 빈자리를 채울 인력 충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동료 교사들이 업무 부담을 떠안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부분 학교에서 수석교사의 빈자리에 강사나 기간제 교원을 뽑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수업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제승 중등수석교사협의회 부회장은 "시간강사한테 1시간에 1만6천원 밖에 안 주는데 한 주에 10시간 수업하려고 학교에 오겠나"라며 "수석교사로 옮겨간 인원수만큼 '정규 교사'를 보충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학교 현장에서는 수석교사의 지위가 명확지 않아 업무영역을 두고 교감 등 관리직과 갈등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일선 학교에서 교장, 교감, 부장교사 등이 수석교사를 쓸모없다고 몰아가는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고, 수석교사가 다른 학교 교사들에게 컨설팅을 해 주려고 출장을 가려 할 때 학교가 막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일선 교사들이 수석교사를 '자신들과 다를 바 없는 교사'라고 여겨 수석교사를 찾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전국 수석교사 70명이 '수석교사의 직위가 애매하게 규정된 현행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시행령에 직위ㆍ권한 명시해야 = 교육계에서는 수석교사제가 성공하려면 교수직과 관리직으로 갈라지는 교원진로의 `투 트랙'이 선명해져야한다고 주장한다.
관리직인 교감, 교장과 상관없이 수석교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수석교사의 권한과 직위를 시행령에 명시하자는 것이다.
안병철 초등수석교사협의회 회장은 "시행령에서 교과부가 시도교육청에 수석교사의 역할 규정을 위임하는 것처럼 돼 있어 각 지역과 관리자의 태도에 따라 수석교사의 활동에 많은 차이가 난다"며 "수석교사의 역할에 걸맞은 권한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월 40만 원씩 수석교사 활동비를 지급할 것이 아니라 수석교사를 공식적인 직급으로 인정하고 예우한다는 뜻에서 '직급수당'을 신설하자는 주문도 있다.
한편 법제화 1년을 맞은 수석교사제를 두고 교원단체의 평가는 엇갈린다.
법제화를 추진한 한국교총은 "수석교사가 교육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젊은 교사들이 '수석교사가 내가 교직생활을 하면서 가야 할 길'이라고 여기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수석교사제가 학교 현장에 좋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전교조 손충모 대변인은 "수석교사가 아무리 지식을 전수하려 해도 다른 교사들이 일이 너무 많아 업무 도중 별도의 역량을 계발하기 어렵다"며 "평교사의 수업시수를 줄이고 교원을 충원해 교사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07/24 04: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