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임차보증금 갈등’ 해결사 나섰다
전세기간이 끝나 이사를 가려는 직장인 김승모씨(41)는 '아직 집이 빠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주인이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아 이사하기로 한 집에 잔금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우선 은행에서 대출받아 이사를 하고 나중에 보증금을 받아 메우려 했으나 대출한도가 부족해 이마저 어렵게 됐다.
서울시가 김씨와 같은 사례를 비롯해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임차보증금 갈등 민원을 원스톱으로 지원할 '전·월세보증금 지원센터'를 9일 오픈했다. 변호사·법무사·공인중개사 등 9명이 상담위원으로 상주하며 임대차 상담부터 세입자와 집주인의 분쟁 조정, 보증금 대출 융자추천, 보증금반환 소송 지원에 이르기까지 임대차 관련 모든 민원서비스를 다각도로 제공하게 된다.
서울시는 특히 중·단기 금융상품 출시를 통해 ▲임대차 계약기간이 종료됐는데도 집주인의 보증금 미반환으로 제때 이사를 못하고 있는 세입자 ▲짧게는 3∼4일에서 1개월까지 이사시기 불일치로 어려움을 겪는 세입자를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집주인의 보증금 미반환 걱정 '뚝'
서울시는 계약기간 종료 후 보증금 미반환 세입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을 지난 7일 전국 처음으로 내놓았다. 주택금융공사가 지급보증을 하고 시중은행 어디서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융자대상은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 보증금 2억5000만원 미만 주택세입자다. 연 5.04%의 이율로 최대 2억22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으며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으면 한 달 이내에 전액 상환해야 한다.
최저생계비 120% 이하 차상위계층은 대출신청시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주택금융공사 보증보험료(연 0.5%)와 5%를 초과하는 이자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 끝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에게는 변호사 선임비용 없이 법적 구제절차도 지원한다.
서울시 이건기 주택정책실장은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대출받아 이사를 하면 보증금 반환소송이 가능해져 보증금 지연에 따른 법정이자를 20%까지 배상받을 수 있다"며 "집주인이 법정이자를 부담하느니 시세보다 싼 가격에 전·월세를 내놓게 돼 전세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사시기 불일치는 단기 대출로 해결
서울시는 기금 200억원을 투입하고 우리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단기 전·월세 보증금 대출 서비스'도 전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세입자가 이사를 나가는 날짜와 새로 들어오는 날짜가 맞지 않아 짧은 기간 보증금이 필요한 세입자를 위한 것이다. 쌍방 간 이사일정이 확정된 보증금 1억6500만원 미만 주택 세입자는 연 5%의 은행 취급수수료만 부담하고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서울시가 서류심사, 전·월세 물건조사 등을 거쳐 융자추천서를 발급하면 우리은행이 서울시 기금을 재원으로 대출해주는 구조다. 상환은 보증금을 받은 다음날까지 하면 된다.
이 실장은 "기존에는 보증금 때문에 불가피하게 같은날 이사를 해야 해 집수리나 장판, 도배를 하지 못한 채 이사하거나 이사가 하루에 몰려 혼란스러웠지만 단기 대출제도가 도입되면 이사날짜를 조정할 수 있어 더 이상 쫓기듯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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