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이 출산률에 큰 효과' 도입론 확산
ㆍ보육정책 쟁점으로 재부상
최근 몇 달만큼 우리 사회에서 보육문제가 뜨겁게 논의된 적은 없었다.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예산이 책정되며 시작된 무상보육 정책은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하고도 논란만 일으킨 채 표류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나타난 예산 고갈만 문제였다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전반적인 철학과 정책방향의 부재가 더욱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 ‘아동수당 제도’다. 시민단체와 부모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차제에 보육정책에 대한 논의를 아동수당까지 확대해, 그동안 뒷전이었던 아동의 전반적인 복지문제를 다룰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양승조 민주통합당 의원, 박원석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19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어서 아동수당 제도는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아동수당’이란 아동을 양육하고 교육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가족에게 지급하는 수당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시설이나 서비스 중심이 아니라 대상 아동에 따라 지원되는 현금으로 노령연금과 유사한 성격이다.
보편적 복지의 기본 축인 아동수당은 2007년 기준 스웨덴,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 등 유럽국가 대다수와 캐나다, 일본 등 전 세계 88개국이 도입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동수당은 수년간 논의돼 왔다. 2003년에는 참여연대가 ‘신빈곤대책 3대 개혁입법’의 하나로 아동수당 도입을 요구했고, 2005년에는 보건사회연구원이 아동수당 제도의 단계적 도입을 제안했다.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아동수당이 제기된 것은 2006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였다. 이후 국회뿐 아니라 사회단체에서 아동수당 도입 주장이 확산됐지만 외국과 달리 출발부터 저출산 대책으로 논의된 아동수당제 논의는 한계가 있었다.
아동수당은 아동의 입장에서 최소한의 생존권을 담보해 빈곤을 해소하고, 가정에선 아동양육 비용을 공적으로 보조받으며, 사회 전체로는 출산을 장려하고 미래 노동력의 질을 향상시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받는다. 인터넷 부모모임 등에서는 가정마다 다른 양육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면에서 아동수당 제도를 지지하기도 한다.
‘아동복지권 실현을 위한 제도로서 아동수당’ 보고서를 쓴 김애화 새세상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아동복지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로, 국내에서 노인, 장애인복지 수준과 비교해도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외국에선 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로 도입된 아동수당제가 국내에선 저출산 해소에 대한 효과성을 실증적으로 밝히지 못하면서 도입이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실상은 아동수당제 도입이 다른 보육정책들보다 출산률 제고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들은 소득과 연계하지 않는 아동수당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 의무교육을 받는 시기나 최소노동연령 시기까지 아동수당을 준다. 소득과는 연계되지 않더라도 자녀 수나 연령에 따라 차등을 두기도 한다. 나라에 따라 연령이 높을수록 수당이 높아지거나 반대로 낮아지기도 한다. 자녀 수는 많을수록 추가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은 소득제한이 있는 선별주의적 수당으로 도입했다가 2009년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지급하는 보편적 아동수당으로 바뀌어 2010년 6월부터 아동이 중학교 졸업 때까지 한 자녀당 아동수당을 매달 1만3000엔(당시 16만9000원) 지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만큼 아동수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한정된 재원을 생각했을 때 현재 5% 남짓한 국공립 보육시설을 최소 30%까지 늘리는 것에 모든 전력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받은 지원금을 보육이 아니라 생활비 등 다른 곳에 사용하거나 국가의 보조금 지원으로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12세 미만의 아동에게 월 10만원 이상의 아동수당을 지급하자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박원석 의원은“기초노령연금도 잘못 사용될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지만 시행하고 있다”면서 “아동수당 도입은 이미 너무 늦은 사안으로 도입을 논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론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국공립 보육시설 지원은 보편적인 아동수당과는 별개로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송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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