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자살예방의날'…'베르테르효과' 첫확인


등록일 2012-09-10
정보제공처 연합뉴스



 

유명인 자살 이후 하루 자해·자살시도자 1.4명→2명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10일은 '세계자살예방의 날'이다. 자살예방의 날부터 1주일은 '자살예방주간'이다. 모두 생명의 소중함과 자살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문제는 이런 기념일이 있어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크게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베르테르 효과'를 꼽는다. 베르테르 효과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나온 18세기 말 유럽에서 극 중 주인공 베르테르를 흉내 낸 모방자살이 급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실제 국내에서 발생한 유명인의 자살 사건을 분석한 결과 '베르테르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국내에서 베르테르 효과 사례가 구체적으로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대의대 응급의학교실 윤영현 교수팀은 2007년 10월부터 2009년 9월까지 부산지역 4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받은 자해·자살 시도자 1천5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베르테르 효과를 관찰했다고 9일 밝혔다.


의료진은 베르테르 효과가 있었는지를 보기 위해 2008년 10월과 2009년 5월에 각기 발생했던 유명 탤런트, 정치인의 자살사건 이후 60일(2개월) 동안의 자해·자살 시도자와 나머지 20개월 동안의 자해·자살 시도자를 대조군으로 삼아 비교 분석했다.


이 결과 대조기간의 하루 자해·자살 시도자가 평균 1.4명에 그친 반면 유명 탤런트와 정치인의 자살 후 60일간은 자해·자살자 시도자가 각각 평균 2명, 1.9명으로 증가했다.


이런 베르테르 효과는 성별 자살률 증감에도 영향을 미쳤다.


유명 여성 탤런트의 사망 이후 60일간 남성의 자살률은 52.8%로 대조기간 50.6%보다 2.2%포인트 높아진 반면 정치인의 사망 이후에는 반대로 여성의 자살률이 49.4%에서 50.8%로 다소 상승했다.


연령별로는 숨진 탤런트와 비슷한 연령대인 30~40대 자살률이 42.4%에서 43.1%로 높아진데 비해 정치인의 사망 후 50~60대 자살률은 29.1%에서 22.9%로 오히려 낮아졌다.


이번 베르테르 효과는 이미 일본이나 미국에서 조사된 것과 비교할 때 비슷한 추세라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인기가수의 자살 이후 2주간에 걸쳐 자살률이 각각 무려 44%나 증가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의료진은 이 같은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언론의 자극적인 자살보도를 꼽았다.


정신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 평정심을 갖고 살아오던 사람에게 시청각적 자극을 주는 언론의 자살보도는 어느 순간 높은 수준의 긴장을 일으켜 연쇄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오게 만드는 '방아쇠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의료진은 보건정보통계학회지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언론인들의 특종에 대한 열망과 자극적 보도거리에 대한 집착은 종종 보도기준을 무시하게 한다"면서 "국내에서도 베르테르 효과가 확인된 만큼 이제부터라도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는 일반 대중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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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9 07:3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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