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국어ㆍ수학ㆍ영어를 쉬운 A형과 어려운 B형 가운데 선택하는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예비 수험생들의 선택이 일찌감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2차례 시행된 고2 대상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가장 변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 영어 과목의 경우 응시생의 80%가 어려운 B형을 선택했다. 대학들도 2014학년도 입시에서 영어 B형을 요구하는 곳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4일 경기도교육청 주관으로 전국 1천956개 고교가 치른 연합학력평가에서 응시생 57만5천497명 가운데 82.6%(47만5천221명)가 B형을 선택했다.
문제가 쉬운 A형을 치른 응시생은 17.4%에 불과했다. 상위권, 중위권은 물론 중하위권 학생까지 어려운 B형을 선택한 셈이다.
반면 국어는 응시생 57만5천162명 가운데 절반 수준인 50.8%(29만2천235명)가 쉬운 A형을 선택했고, 수학도 57만3천325명 가운데 과반인 62.2%(35만6천607명)가 A형에 응시했다.
지난 6월 서울시교육청 주관으로 시행한 연합학력평가에서도 영어 B형의 응시율이 77.6%로 높았고 이번 평가에서는 영어의 B형 쏠림이 더욱 심해졌다.
6월 평가에서 국어와 수학은 A형 응시 비율이 각각 51.7%, 61.8%로 이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어 B형에 응시자가 몰린 것은 상위권 대학들이 인문ㆍ자연계열 상관없이 영어는 B형을 반영할 것이 유력하고, 중위권 대학들도 상당수가 영어 B를 반영할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아직 고2 학생들인 만큼 시험까지 남은 기간 성적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 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4 수능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수험생이 국ㆍ수ㆍ영 3개 영역 중 어려운 B형을 2개 이상 선택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인문계열용 고난도인 국어 B형과 자연계열용 고난도인 수학 B형은 동시에 선택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따라 상위권 대학들이 인문계열은 국어B-수학A-영어B를, 자연계열은 국어A-수학B-영어B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3월 발표한 상위권 주요 35개 대학의 반영 방법에서도 인문계열은 '국어B-수학A-영어B', 자연계열은 '국어A- 수학B-영어B' 조합이 많았다. 영어 A형을 반영하는 모집단위는 예체능계열이 대부분이었다.
상위권 대학들의 이같은 수능 반영방식은 내달 초 대교협이 취합해 발표할 대학별 2014학년도 입학요강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중위권 대학들의 수능 반영방식은 대부분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입시전문가 사이에서는 중위권 대학까지 영어 B형을 반영한다면 2014학년도 수능이 수준별 선택형 시험이라는 원래 개편 취지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계열에 따라 수준 선택이 고정된 채 운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의 오종운 평가이사는 "현재까지 추세로는 상위권은 물론 중하위권 학생까지 난도 높은 영어 B형을 선택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질지는 내달 중위권 대학들이 입시 요강을 발표하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11/18 04: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