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캐릭터.(자료사진)
대전 소재 A대학 졸업 예정자인 이모(26)씨는 지난해 9월 학과사무실에 한 중견기업에 취직했다는 ‘가짜’ 재직증명서를 제출했다. 공식적으로 2학기 수업을 면제받자마자 이씨는 서울 신림동 고시촌으로 이동해 지금까지 공인회계사시험(CPA)을 준비해 왔다. 이씨는 “인터넷의 대필업체를 통해 증명서를 위조했다”며 “4학년 2학기에는 별로 비중 있는 과목들도 없고, 서울에서 학원에 다니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B대학 졸업예정자인 김모(23·여)씨는 지난해 가을학기 초에 삼촌의 회사에 취업한 것처럼 취업계를 작성해 지도교수에게 제출했다. 학교 수업을 면제받은 김씨는 하반기 기업 공채 준비에 매진해 모 기업에 합격했다.
지난해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20대 고용률은 57%를 기록했다. 20대 젊은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취직을 못했다는 것이다. 취업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최근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짜 취업계를 제출해 수업에 빠지고 취업 준비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취업계란 졸업을 앞둔 학생이 취직한 뒤 재직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수업을 면제받는 것으로 몇몇 대학에서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 중이다. 이 제도가 아니더라도 재직증명서를 제출하면 담당 교수가 재량으로 수업에 빠지도록 배려해주기도 한다.
학생들이 이런 편법까지 동원하는 건 학교 수업을 따라가며 취업 준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생 정모(25)씨는 “위장 취업계를 제출하면 기본 학점은 보장되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만 나가서 시험을 보면 된다”며 “교수님에 따라 리포트나 소논문 등으로 시험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어 자격증 혹은 영어학원 등을 다니며 취업준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장취업계 제출은 이미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주요 포털사이트와 인터넷 카페 등에는 위장취업계 작성을 위한 재직증명서 발급법, 취업계 제출 후 성적 관리법 등에 관한 글이 수두룩하다. 학생들은 위장취업계 양식을 인터넷에서 다운받거나, 위장취업계를 만들어주는 대필업체 이용하기도 한다.
서울 소재 대학 관계자는 3일 “2학기가 되면 4학년생 10∼15%가 취업계를 제출하는데 수백장이나 되는 취업계의 진위를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고 취업여건도 어려워 따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위장취업계를 냈다가 적발되면 공문서 위조로 처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사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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