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라 외로워요…설이 더 쓸쓸한 사람들


등록일 2013-02-08
정보제공처 연합뉴스



명절이라 외로워요.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6일 대전 동구 정동의 한 쪽방에서 정정식(70) 할아버지가 홀로 연탄불을 갈고 있다. (자료사진)
명절이라 외로워요.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6일 대전 동구 정동의 한 쪽방에서 정정식(70) 할아버지가 홀로 연탄불을 갈고 있다. (자료사진)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명절이 반갑지 않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5㎡ 쪽방에 홀로 사는 노인이나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고향을 떠나온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명절은 마냥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설 연휴를 이틀 앞둔 7일 오후 대전 동구 정동의 쪽방촌.

빌딩숲 사이 쪽방촌에 들어서자 무너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의 회색빛 가옥들이 몰려 있다.

한낮인데도 어두컴컴하고 음습하기만 한 쪽방촌은 시곗바늘이 멈춰버린 듯하다.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골목길을 지나 들어선 한 건물의 쪽방에는 하영자(75) 할머니가 멀거니 앉아 있었다.

올해로 32년째 이곳에 거주하는 하 할머니는 설을 어떻게 보낼 생각이냐는 질문에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하 할머니에게 명절은 그저 혼자 사는 아픔을 실감하는 고통의 시간일 뿐이다. 그렇다고 가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 할머니는 "언니가 있는데, 연락이 끊긴 지 한참 됐다"며 "설이라고 해서 만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은 선물도 주고받는데 나만 혼자…"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하 할머니가 사는 쪽방엔 햇볕조차 들지 않는다.

남짓한 방은 자잘한 가재도구로 발도 뻗기 어려울 정도고 밥그릇과 수저만 썰렁하게 놓인 밥상과 약봉지만 방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하 할머니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20여년째 쪽방생활을 해온 정정식(70) 할아버지의 좁은 방안에는 담배연기만 자욱하다.

정부보조금 35만원으로 하루하루를 꾸려나간다는 정 할아버지가 방값으로 내는 돈은 15만원. 여기서 약값 5만원을 제하고 남는 돈으로 쌀과 라면을 사 먹는다.

그래도 올겨울은 구청에서 연탄을 줘 연탄값 걱정은 하지 않아 기쁘다는 정 할아버지는 "설이나 추석은 모두 다른 사람들 얘기야. 여기 있으면 시간가는 거 몰라. 복지관에서 떡국이나 끓여주면 설이라고 생각하는 거지…"라며 돌아누웠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 노동자도 설 명절이 야속하기는 마찬가지다.

스리랑카 출신 이주 노동자 난다나(29)씨가 한국에 온 것은 지난 2006년.

한국에서 맞는 7번째 설이지만, 쓸쓸함은 매년 커지는 것만 같다.

그는 매년 4월께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차려 놓고 제사를 지내던 고국의 설이 떠올리다 그만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한국인 친구들이 선물을 들고 고향에 가는 모습을 보면 스리랑카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간절해요. 집에 가고 싶어도 내가 돈을 벌지 않으면 생활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집에 갈 수 없어요.".

난다나씨가 인근 공장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받는 돈은 150만원 남짓.

수입의 절반은 항상 고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송금한다. 남은 돈으로 방값과 식대, 휴대전화 요금 등을 내고 나면 그에게 돌아오는 돈은 30만원 가량.

한창 멋을 부릴 나이지만 새 옷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난다나씨는 "설 연휴가 길면 혼자 있는 시간도 길어서 외롭고 심심한데, 이번 설 연휴는 예년과 달리 짧아 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지난 2005년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노옥자(43)씨도 명절이 다가오면 마음 한쪽이 아련해진다.

자상한 남편과 하루하루 커가는 딸이 있어 외롭지는 않지만, 고향에 있는 할머니와 부모님, 동생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아흔이 넘은 할머니와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립다.

가족들의 얼굴을 보지 못한 게 벌써 4년.

노씨는 올 설에는 고향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며 남편과 딸에게 중국식 생선요리를 선물할 계획이다.

노씨는 "중국에서는 설이 되면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선 요리를 먹는다"며 "내년에는 남편, 딸과 함께 고향에 가 부모님과 동생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2/07 14:4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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