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내 급성심장정지 환자 생존퇴원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4 .4%였다. 갑작스럽게 심장기능이 멈춰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 100명 중 4명 정도만 생존한다는 얘기다. 2010년 3.3%보다는 소폭 증가한 것이지만 일본이나 미국 등에 비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21일 대한심폐소생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급성심장정지의 53%는 가정에서 발생한다. 또 급성심장정지 환자의 8.9%만이 심장질환을 앓고 있을 정도로 대부분은 심장질환자가 아니다.
급성심장정지는 발생 후 얼마나 빨리 심폐소생술을 하는가가 예후에 매우 중요하다. 학계에서는 심장 정지 후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소생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본다. 따라서 급성심장정지의 예후를 결정하는 것은 의료인이 아니라 희생자 주변의 일반인이 시행하는 심폐소생술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심폐소생협회의 심폐소생술 지침을 보면 심정지 환자를 목격한 경우 우선 119에 신고한 뒤 지속적으로 가슴만 압박하는 '가슴압박 소생술'을 하면 된다. 기존 심폐소생술과 달리 인공호흡이 빠진게 특징이다.
가슴압박 소생술은 상대적으로 따라 하기 쉬우면서도 인공호흡을 함께 시행하는 표준 심폐소생술과 비교할 때 동등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게 협회 설명이다.
다만 심폐소생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 심정지가 갑자기 발생할 경우 우리 몸속에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산소가 어느 정도 남아 있어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이 이뤄지면 뇌손상없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무런 처치 없이 4분이 지나면 뇌손상이 발생하고, 10분 이상 지나면 사망할 수 있다.
따라서 심정지 환자를 살리려면 환자를 발견한 목격자가 뇌와 심장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심폐소생술을 4분 이내에 신속하게 해야한다.
제세동기는 심장박동이 정지됐을 때 전기충격을 줘 심장을 소생시키는 노트북만한 크기의 의료기기. 열차와 공항 등의 다중이용시설 등에는 제세동기를 갖추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4분 안에 급성심정지 환자에게 AED를 사용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율이 80%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만약 역사와 공항 등에서 부정맥 등으로 심장마비를 일으킨 사람을 보게 된다면 이 제세동기를 꺼내 응급조치를 하면 된다.
사용요령은 우선 환자의 의식상태를 확인한 뒤 119 또는 1339에 신고한 다음 주변 사람에게 제세동기를 가져와 달라고 요청한다. 이와 동시에 지체 없이 흉부압박을 시작한다.
흉부압박 중 제세동기가 도착하면 전원버튼을 누르고 그림과 음성 안내에 따라 환자의 가슴에 패드를 부착한다. 제세동기는 자동으로 심전도를 분석하고 전기 충격 시행여부를 결정한다. 모든 과정은 음성으로 안내되며, 전기 충격 역시 음성 안내 후 버튼만 누르면 되기 때문에 간단하다.
이때 주의할 점은 제세동기의 패드를 부착한 뒤 전기 충격을 시행할 때까지는 흉부압박을 중단하고 누구도 환자의 몸에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협회는 일반인들이 심폐소생술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 ▲ 대대적인 공익갬페인 ▲ 학교교육과정에 심폐소생술 이수 필수화 ▲ 다중이용시설 근무자에 대한 심폐소생술 교육 ▲ 어린이와 청소년의 급성심장정지 예방을 위한 지침 마련 등을 건의했다.
노태호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심폐소생협회 홍보이사)는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1만명에 못미치지만 안전벨트 캠페인이 활발한데 비해 급성심장사는 2만8천명에 달하지만 이에 걸맞는 공익캠페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명사회 시민이라면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익혀 어떠한 위급상황에서라도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21 06:1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