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 장애 '뛸 듯이 기분 좋았는데 갑자기 우울해요'


등록일 2013-08-26
정보제공처 뉴스와이즈



감정 기복이 심한 주부 이 모(45) 씨. 최근 가족과 함께 휴가를 다녀온 뒤 영 마음이 불안하다. 하하 웃다가도 작은 일에 갑자기 화가 치솟고 약간이라도 서운한 말을 들으면 급격히 우울해진다. 휴가 후유증?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가족도 불안하다. 스스로 상태가 심상찮다고 느낀 이 씨는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양극성장애를 의심했다. 실제로 양극성장애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고, 특히 휴가철 이후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한 해 6만 명 이상이 양극성장애로 병원을 찾는다고 한다. 동의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빈 과장에게서 양극성장애가 어떤 병인지 들어봤다.


조증ㆍ울증 지속적으로 반복 조증 땐 쉽게 흥분하고 망상 경험 울증 땐 죄책감에 자살 생각도 해마다 6만 명가량 발생 유전적인 영향 큰 질환 운동 꾸준히 하면 증상 개선 환자 양극단 행동 보여도 가족이 인내심 갖고 치료 도와야


■조절 안되는 감정의 기복

왜 양극성이라고 할까? 사람들은 때때로 매우 기쁘고 모든 게 낙관적이며 에너지가 충만된, 기분 고조의 시기를 경험한다. 그게 조증(躁症)이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기분이 처지고 슬프고 우울한 시기도 경험한다. 그게 울증(鬱症)이다. 조증과 울증은 사람들이 다반사로 겪는 감정 변화다. 그런데 그게 조절이 안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 없이 조증에서 울증, 울증에서 조증으로 긴박하게 기분이 변한다. 이런 심각한 기분 변화는 스스로의 일상 생활에 문제를 일으키고, 종종 다른 사람에게까지 고통을 준다. 흔히 조울증이라고 해서, 조증과 울증의 양 끝을 오간다 해서 양극성장애다.



■심하면 환청이나 망상을 경험하기도

간단한 것 같지만 양극성장애는 복잡하고 무서운 병이다. 우선 기분이 고조된 상태인 조증일 때 증상은 특히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게 된다. 자신이 특별한 사람이고, 생각이 끊임 없이 일어나며, 누가 자신의 말을 끊으면 기분이 몹시 상하고, 활력이 넘치지만 주의가 산만해져 진득하게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어렵게 된다.


처음에는 그런 상태가 며칠간 지속된다. 하지만 점차 고조된 기분은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마구잡이 쇼핑을 하거나 과속처럼 위험한 행동을 멈추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쉽게 흥분하다 보니 짜증을 자주 내고 불쾌해 하고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대인관계, 직장생활까지 위태롭다. 심하면 환청이나 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입원 치료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조증은 1주일 정도 지속되다 울증, 즉 우울증으로 전환된다. 우울증의 기간은 조증보다 더 오래 간다. 까닭없이 우울해지고, 아무런 흥미나 즐거움을 찾을 수 없고, 슬프거나 공허해 눈물이 많아진다. 이상한 죄책감이 들고, 그럴만한 일이 없는 데도 마음이 두근거리고 잠을 제대로 못잔다. 심하면 자살까지 생각한다.



■부모에게 양극성장애 있다면 특히 조심

드물게 보여도 양극성장애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해마다 6만 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1년 동안 어떤 형태로든 양극성장애를 경험하는 수가 100명 중 약 1명(0.9%) 꼴이라고 학계는 추산한다. 또 일생 동안 양극성장애가 발병할 확률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우리나라는 0.3%로 알려졌다.양극성장애의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된다. 부모 중 한 명에게 양극성장애가 있다면 자녀에게서 양극성 장애가 발병할 확률이 10%가량 된다. 부모 모두 양극성장애가 있다면 그 확률은 40%로 증가한다. 그밖에 스트레스, 수면장애, 알코올 또는 마약의 남용이 양극성장애의 발병을 촉발시키는 것으로 짐작된다.


■주변에서 인내를 갖고 치료 도와야

양극성장애는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조증 시기에는 남에게 위해가 되는 행동을 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한 시기라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는 각별히 안정된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자신의 병에 대해 잘 이해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양극성장애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극성장애를 갖고 있다면 술, 담배, 마약 등은 반드시 금해야 한다. 운동은 우울 증상을 개선하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고, 체중관리 또한 중요하다. 양극성장애 치료에 효과적인 몇몇 약물은 식욕을 증가시켜 체중 증가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양극성장애의 치료에는 대인관계가 중요하다. 환자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 등 주변 사람들도 양극성장애를 잘 이해하고 예방과 치료에 나서야 한다. 특히 환자 가족들은 환자가 양극성장애 행동을 보여도 화를 내거나 꾀병 또는 엄살이라 오해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치료를 도와야 한다.



임광명 기자


저작권자ⓒ부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기사는 디지털뉴스 저작권신탁관리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정하는 기준과 방법에 따라 이용해야 합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