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형은 시간대별로, 기업형은 널찍하게


등록일 2013-08-27
정보제공처 뉴스와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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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학생들이 플래너를 구입해 학습 계획을 짠다. 무조건 빼곡하게 계획을 적은 게 좋은 건 아니다. 성격을 6개 유형으로 분류하는 홀랜드(holland) 직업적성검사를 기준으로 학생 성향에 따라 어떤 플래너 작성법이 필요한지 알아봤다.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탐구형 고1 수민이

“넌 참 성실해.” 동덕여고 1년 성수민양이 자주 듣는 말이다. 홀랜드 직업적성검사로 보면 성양은 탐구형·사회형에 속한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면서 친화력이 있고, 봉사정신도 있다. 얼핏 계획표가 없어도 안정적으로 공부할 것 같다. 하지만 계획표 유무에 따라 성적차이는 꽤 컸다.

중3. 혼자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여름방학 자기주도학습 관련 방과후학교 수업을 들었다. 그때 플래너를 처음 만났다. 성적은 평균 10점 이상 올랐다.

성실함과 책임감이 두드러지는 성양의 플래너에는 ‘무리한 계획’은 없다. ‘오늘의 계획’은 ‘시간별’로 기록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계획을 보면 ‘국어-국어의 기술 4장 풀기’ 등 ‘과제별’로 정리했다. ‘4시~4시30분-영어 1단원 3문제’ 등 시간대별로 어떤 공부를 얼마나 할 것인지 ‘시간대별’ 계획표를 짜본 적도 있었다. 시간별로 계획 짜 놓고 못 지키는 게 싫어 ‘과제별’로 바꿨다. 공부가 편안해졌다.

“많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잘 못하는 과목은 뒤로 밀고, 잘 하는 과목을 먼저 공부하잖아요. 제 성격에는 하기 싫고 못 하는 것부터 먼저 끝내는 게 좋던데요. 미루면 마음이 불편해요.”

성양의 꿈은 세무사다. 성양은 이 꿈을 얘기할 때 “상담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세무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꿈을 그리되 큰 틀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그려나간다. 이런 학생들은 플래너를 일상의 명언집처럼 활용해도 좋다. 성양은 플래너의 ‘오늘의 목표’ 칸을 매우 유용하게 활용한다. 마음을 다잡게 하거나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한 마디 글을 적어둔다. ‘오늘 목표는 정해진 일을 집중해서~! 다음 목표는 모든 할 일을 끝낸 다음 놀자!’ 지난 8월8일에 적어둔 ‘목표’다. 성양은 “목표를 생각에만 그치지 말고, 플래너에 적어두면 동기부여가 충분히 된다”고 했다.

지금 쓰는 플래너와 학습 방법은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졌고, 지금도 수정 중이다. 이는 탐구형이라는 성격과도 연관이 깊다. 탐구형이 강한 학생들은 지적인 호기심이 강하고 자기 점검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플래너에서 드러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간다.

한국 가이던스 심리상담센터 강주연 상담연구원은 “경험에 비춰보면, 탐구형은 과제를 내줬을 때 그 자리에서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명확히 이해를 한 뒤에 플래너를 작성하며, 친구들의 조언이나 관계에 따라 플래너를 수정하기보다 필요에 따라 자료를 찾아보고 스스로 계획을 수정·완성해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빈틈 보이는 게 싫은 꼼꼼이 관습형 중2 민규

서울 동신중 2년 한민규군은 지난 1학년 2학기 때부터 강동구 자기주도학습센터를 다닌다. 산만하게 공부하던 습관은 중2 봄방학부터 자리를 잡아갔다. 이 과정에서 플래너는 멘토 선생님과 함께 성적을 안정궤도에 올려준 고마운 친구다.


성실한 탐구형은
전문가 조언이 중요하다
감수성 풍부한 학생은
스스로 플래너 만들면 좋다
기업형 성향 강한 학생들은
큰 틀에서 계획 잡기 좋아한다

계획을 짜는 건
공부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내 삶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

다른 남학생들과 비교할 때 운동과 컴퓨터 등을 별로 안 좋아한다. 평소 깔끔한 걸 좋아한다. 직업유형검사를 하면 사무직, 건축 분야가 추천 직업으로 나온다. 홀랜드 직업적성검사 유형으로 치면 관습형에 속하는 셈이다.

한군의 지난 방학 때 시간표는 시간대별로 촘촘했다. 30분 또는 50분씩 끊어 공부를 하고, 쉬는 시간은 약 10분씩 넣었다. ‘과제형’ 계획표가 아니라 ‘시간대별’ 플래너를 짰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한군은 “성격 상 널찍하게 큰 틀에서 짜두면 틈이 생기고, 그 틈이 커지는 게 싫었다”고 했다.

시간대별로 계획을 짠 이유는 평소 “지구력이 약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온 탓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앉아 있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처음에는 30분씩 쪼개서 공부했다. 공부 시간을 5분씩 늘려갔다. 그 결과, 지금은 과목별 공부시간을 약 50분씩 잡는다.

큰 틀에서 시간 규칙을 짠 뒤 과목별 공부 시간은 성적에 따라 안배한다. 상대적으로 잘 하는 수학은 짧게 끝낸다. 잘 못하는 영어에는 긴 시간을 투자한다.

학기중 사용하는 플래너는 두 개다. 하나는 집에서 쓰는 방과후 플래너다. 깔끔한 걸 좋아하는 성격 탓에 손으로 플래너를 직접 쓴 뒤 컴퓨터로 다시 작성해 프린트를 했다. 이 플래너에는 구구절절 설명이 없다. 한군이 알아볼 수 있을 만한 기호들이 있다. 한군은 “여러 가지 말을 적으면 복잡해진다”며 “실용적인 걸 좋아해서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기호로 표시한다”고 했다.

또 하나는 학교용 플래너다. 이 플래너는 매일 아침 자율학습시간 등에 펜으로 직접 적는다. 매일 매 교시가 끝나고 할 일과 그걸 했는지의 여부 등을 간단히 적고 있다. 한군은 “그날그날 학교 과제 등이 생기면 쉬는 쪽시간을 이용해 해두려고 만든 것인데 이 시간들을 모으면 정말 긴 시간이 된다”고 했다.

이런 유형의 학생들에게 중요한 건 계획표를 쓴 이후다. 한군의 경우, 애니어그램으로 치면 머리를 많이 쓰고, 지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머리형 학생이다. 강동구 자기주도학습센터 에듀봉사단 이미영 교육컨설턴트는 “이런 학생들은 계획은 촘촘하게 잘 짜지만 계획이 많은 만큼 다 실천하지 못하는 일도 많다. 플랜 이후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피드백과 체킹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머리 좋고 자유분방한 기업형+사회형-중2 하명이

배재중 2년 송하명군은 평소 머리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대신 성실함과 끈기는 부족하다. “벼락치기 하지 마! 평소에 차근차근 해두지.” 이런 친구들을 두고 이런 말을 하기 쉽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성향도 있는 송군한테 남들처럼 촘촘하고 규칙적인 플래너는 스트레스다.

송군은 얼마 전까지 한민규군처럼 시간대별로 계획이 촘촘하게 적힌 플래너를 썼다. 부담스러웠다. 송군은 “‘귀차니즘’이 있어서 그런지 간단명료한 게 좋다”고 했다. 최근 ‘과제형’으로 플래너를 바꿨다. 예를 들어, 전에는 “1시부터 1시30분까지 수학을 공부한다”고 계획을 짰다면 이제는 “수학문제를 1시에서 2시 사이에 푼다”고 계획한다. 공부하는 시간은 분 단위로 쪼개지 않는다. 가능하면 여유롭게 정해둔다. 대신 그 시간에 해야 할 구체적인 미션을 세운다. 송군은 이런 방식으로 플래너를 짜면서 공부에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송군에게 도움말을 준 강주연 연구원은 “하명이는 기업형에 예술형, 사회형 등이 섞여 있다. 기업형은 경쟁적인 상황에서 동기가 높아지는 성향이 있어, 플래너를 짠 뒤에 다른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다”고 했다.

송군의 경우는 단점처럼 보이는 성격을 강점으로 잘 승화시킨 예다. 흔히 머리 좋은 친구들이 시험기간 등에 반짝 공부로 성과를 낸다. 이런 성향을 일상에서 잘 이용할 수도 있다. ‘오늘 몇 문제를 푼다’는 식으로 문제 미션 위주로 계획을 짜두고, 여기에 대해 적절한 보상, 칭찬 등이 주어지면 공부에 탄력이 붙는다.

예술적 기질도 강하고, 사회성도 있는 송군한테는 누군가와 함께 소통하며 계획을 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강 연구원은 “정서적인 친밀감을 좋아하는 성격인데 조력자를 곁에 두고 플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하면서 계획을 짜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현재 성적·목표·적성·기질, 계획 설계에 중요한 단서

학생의 성향을 잘 들여다보면 효율적인 플래너 짜기가 가능해지지만 이것이 플래너 작성에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참고사항 정도로 알고 활용하면 좋다”고 말한다.

플래너를 짜기 전 내 현재 위치를 가늠한 뒤 목표를 세울 필요도 있다. 강동구 자기주도학습지원센터 에듀봉사단 김자영 팀장은 “현재 내 성적을 진단하고, 성적을 얼마만큼 올릴 것이냐를 생각해본 뒤 내 성격유형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향(과제형, 시간형 등)을 정하는 식으로 짜보는 걸 권한다”고 했다.

플래너를 짤 때 알아둬야 할 원칙도 있다. 지금 계획을 짜는 건 내 삶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라는 동기부여다. 강 연구원은 “특히 아이들한테는 공부를 위해서 플래너를 짜는 것이기도 하지만 넓게 봤을 때 인생 관리라는 점도 강조한다”며 “내가 주인이 되어 내 시간을 잘 사용하기 위해 하는 일이라는 걸 알아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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