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ㆍ이과 통합 땐 수학·대학별 고사 영향력 커질 듯


등록일 2013-09-10
정보제공처 뉴스와이즈






교육부가 대입제도 손질에 나섰다. 한국사 수능 필수화는 기정사실이다. 최대 관심사는 문·이과 완전 융합안 채택 여부다. 2017년 교육현장에 미칠 파장은 무엇일까.

대입제도가 일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 8월27일 교육부는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내놓으며 오는 10월 최종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수시 및 정시 전형 방법을 대학별 6개로 축소하고, 두 차례로 나뉘었던 수시 모집을 통합하며, 수능점수는 정시에서만 반영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3가지 수능체제 개선안도 함께 내놨다. 현행 골격을 유지하는 문·이과 구분안(제1안)과 문·이과별로 교차하여 과목을 선택해 수능시험을 치르는 문·이과 일부 융합안(제2안) 그리고 문·이과 구분을 없애는 완전융합안(제3안) 등이 제시됐다. 개선안이 확정되면 현재 중학교 3학년인 학생들이 수능을 치르는 2017년부터 시행된다.

3가지 수능체제 개선안 중 교육현장과 대입환경에 가장 큰 변화를 불러올 방안은 제3안인 완전융합안이다. 그동안 문과와 이과로 나눠 치렀던 수능시험을 하나로 통합해 계열구분 없이 모든 수험생이 똑같은 시험지를 받아들게 된다. 지금껏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낯선 변화다. 대입제도 변화에 민감한 예비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완전융합안이 채택될 경우 수능시험에 미칠 파장과 자신들의 유불리를 따질 수밖에 없다.


변수는 수학

그동안 문과와 이과 선택의 기준은 진로적성보다는 수학 실력이었다. 문·이과에 따라 각기 다른 출제범위와 문제로 수능 수학 시험을 치르고, 성적표 또한 계열별로 구분한 결과를 받는 만큼 수학에 자신 없는 학생들은 이과를 피해 문과를 선택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조동영 에이치엔 진로진학연구소장은 “2012학년도 수능시험을 보면 이과 학생이 치른 ‘수리 가’형의 평균점수는 55.2점으로, 문과 학생이 치른 ‘수리 나’형의 평균점수인 47.3점보다 8점 정도 높았다”며 “‘수리 나’형에 비해 출제범위가 넓고, 까다로운 ‘수리 가’형 시험을 치렀음에도 이과생들의 평균점수가 더 높았다는 것은 그만큼 수학 실력에서 차이가 크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데 완전융합안이 되면 문·이과 구분이 사라진다. 수학에 자신 없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수학 열세를 극복해줬던 문·이과 칸막이를 더는 기대할 수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이 완전융합안으로 수능시험이 치러질 경우 가장 중요한 변수로 수학을 꼽는 이유다. 김진훈 숭의여고 진로진학부장 역시 “교육부 발표에서는 수학 시험의 수준을 낮춘다고 하지만 실제 출제하다 보면 변별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과 학생이 포함된 상황에서는 수학을 어려워하는 문과 성향의 학생들이 불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과 기준에서 보면 출제범위마저 줄었다. 완전융합안의 수학과목 출제범위는 2009년 개정교육과정의 ‘수학Ⅱ’와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만이 포함된다.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수학Ⅱ’는 기존의 이과수학이 아닌 ‘고등수학’과 ‘수학Ⅰ’을 섞은 문과수학에 속한다. 결국 완전융합안의 수능 수학 시험은 문과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출제되는 셈이다. 이과수학으로 분류되는 ‘미적분Ⅱ’, ‘기하와 벡터’ 등은 수능에 출제되지 않는 만큼 수학을 잘하는 이과 성향의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학습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완전융합안에서는 사회탐구와 과학탐구 역시 공통과목으로 수능시험을 치르게 된다. 문과는 과학탐구, 이과는 사회탐구 과목이 제외되는 현행 수능 체제 아래에서 학생들이 ‘편식’ 학습하고 있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다. 융합안에 따라 문과 학생들은 ‘융합과학’을, 이과 학생들은 ‘공통사회’를 추가로 대비해야 한다. 추가되는 과목은 각기 하나씩으로 동일하지만 실제 부담은 문과 성향의 학생들이 더 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이과 성향의 학생들은 수학 과목에서 학습 부담을 줄인 만큼, 추가되는 사회과목에 쏟을 시간적 여유가 더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도 변수

교육부가 내놓은 완전융합안은 국·영·수·사·과를 골고루 익혀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수능시험에서 치를 과목이 늘어나 학습 부담도 커진다는 우려에는 공통학습범위 내로 수능 출제범위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대학의 선택에 따라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 대학별 고사 탓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대입간소화 방안에는 대학별 논술고사의 범위를 2009 개정교육과정의 ‘일반과목’ 수준 안에서 출제할 것을 권하고 있다. 개정교육과정의 수학교과 일반과목 안에는 ‘미적분Ⅱ’, ‘기하와 벡터’ 등 이과수학으로 분류되는 거의 모든 과목이 들어와 있다. 수능시험에 출제되지 않을 뿐, 대학들이 마음만 먹으면 논술고사에서 이과수학에 해당하는 문제들을 출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조 소장은 “특히 이공대 계열의 경우 문과 수학 수준으로 출제 범위가 좁혀진 수능 수학 대신, 대학별 논술고사로 ‘이공대에 적합한 대학수학능력’을 검증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경기도 안산의 고등학교 진로진학부장을 맡고 있는 아무개 교사는 “학생부 반영 비율을 30%라고 발표해놓고 실제로는 1%도 반영하지 않는 편법을 써온 그간의 대학 행태에 비춰볼 때 대학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학생을 뽑기 위해 대학별 고사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사 수능 필수에 떨지 말라

교육부가 내놓은 수능체제 개선안은 복수의 개선안 중 하나를 택하기 위한 ‘시안’이다. 그러나 3개의 안 중 어떤 것이 선택되더라도 ‘한국사 수능 필수’는 변함없이 유지된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분야는 역시나 사교육 업체다. 서울 강남의 한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예비 고1 학생을 위한 한국사 과정은 이미 준비에 들어갔다. 이번 겨울방학부터 본격적으로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7학년도부터 한국사 수능 필수가 확정된 만큼 그해에 수능을 치르게 될 지금의 중학교 3학년들은 미리부터 한국사를 공부해두는 게 ‘당연히’ 좋을 것이라 홍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김현정(45)씨의 생각은 달랐다. “초·중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입시를 잘 모르는 탓에 불안해서 그렇지, 사실 수능 사회탐구 과목은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수능시험이 임박해서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수능시험에 나온다고 해서 중학교 시기부터 서둘러 준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한 종합학원 역사 강사는 “한국사 수능 필수에 따라 지금 당장 사교육시장이 확 달아오르진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온라인 강의로 이름이 알려진 몇몇 한국사 강사들 정도만 수능필수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금의 중학교 3학년 학생이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2015년 2학기쯤이 되어야 본격적으로 한국사 학원을 찾기 시작할 것이란 설명이다. 더구나 수능시험에 한국사 시험을 반드시 넣겠다는 것 외에는 출제유형과 방식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그는 “수능에서 한국사 과목의 배점이 얼마가 될지, 그리고 대학들이 한국사 성적을 얼마나 반영할지에 따라 한국사 수능 필수화가 대입 환경 변화와 사교육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이선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장은 “역사교육 강화의 취지는 좋지만 수능 필수가 능사는 아니다”며 “고등학교에서 한국사 교육을 어떻게 내실있게 운영할 수 있을까부터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중3을 기준으로 하는 대입 개편

수능체제 개편의 첫 시행 대상은 현재 중3 학생들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3은 아직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만큼 대입제도가 바뀌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능체제 변화를 ‘통보’받은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생각은 달랐다. 환일중학교 3학년 이윤섭군은 “고등학교에 가면 수학이 어려워진다고 해서 선행학습도 하고 있고, 수능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도 느끼고 있는데 중3이라고 해서 대입제도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용인구성중학교 3학년 박지우양은 “당장 내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너무 갑자기 새 대입제도가 시행되어 혼란스럽다”며 “친구들 중에는 자신의 한국사 실력, 수학 실력 등에 따라 찬반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김부정(41)씨는 “교육정책이 바뀌는 시점이 우리 아이 때는 아니길 바랐는데 딱 걸리고 말았다”며 “대입제도가 언제 또 바뀔지 모르는 만큼 재수만큼은 꼭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교육에 더 매달리게 되지 않겠느냐”며 씁쓸해했다. 서울 강남의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대입 정책을 3년 전에 발표하는 사전예고제를 시행해 예측가능성을 높인다고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3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학원에만 호재”라며 “반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제도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교육정책이 장기간 유지되면 학원엔 악재”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수능체제 개선안으로 세가지 방안을 내놓으며 ‘현행 골격을 유지하는 제1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말을 꼬리표처럼 달았다. “제1안으로 정해놓고서 제2안과 제3안은 구색 맞추기 위해 내놓은 것 아니겠냐. 왜 문·이과 통합안을 내놓아 혼선만 초래하는지 모르겠다.” 지난 2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대입제도 발전방안 연구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한 한 학부모가 내뱉은 불만이다.


김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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