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감 지속땐 우울증 의심
월요일만 되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힘들어 한다. 그리고 이를 ‘월요병’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월요병은 의학적인 근거가 있는 진단명은 아니다. 일정기간의 휴식 후 업무가 시작되는 첫날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 또는 압박감 등 일련의 증상들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용어다. ‘일요일 밤 증후군(SNS·sunday night syndrome)’ 또는 ‘월요 우울감 증후군(monday blues syndrome)’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월요병을 앓는 사람은 생각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주중 업무로 인해 받은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주말에 충분한 휴식으로 회복하겠다는 과도한 보상심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 월요병 증상을 심하게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일요일에 늦잠을 자고, 낮에도 누워만 있는 등 주로 작위적인 휴식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그런데 이런 심리가 오히려 월요병을 악화시킨다. 특히 일요일을 늦잠과 불규칙한 식사로 보내면, 밤에 잠을 설치게 되고 월요일 아침 늦게 일어나 허둥지둥하며 출근하기 십상이다. 사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과도한 업무압박감까지 더해지면 스트레스는 극에 다다른다. 이러한 악순환을 반복해 겪다 보면 ‘월요일=짜증나는 날’이라는 나만의 공식이 만들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월요병에 대해 결국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입을 모은다. 즉 일요일은 한 주의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일요일의 후반부는 무절제한 휴식보다는 한 주의 업무에 관한 준비기간으로 삼는 것이 유리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월요일이 꺼려지는 구체적인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 적어보고, 이에 대한 해결 노력을 미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월요일 업무회의 때 쏟아지는 상사의 질책이 월요일이 싫은 구체적 이유라면, 일요일 오후부터 이에 대응하는 방안을 구상해 두는 것이 월요일에 대한 예기불안을 줄여줄 수 있다.
김종우 인제대학교상계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심한 월요병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는 일요일에 출근해서 월요일 업무의 일부를 먼저 시작해 볼 것을 권한다”며 “근무를 한 일요일 다음 날은 월요병의 증상이 훨씬 덜하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 주어서, 일요일을 한 주의 시작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찾아보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주중에 기다려지는 일을 앞두었던 주말에는 월요병이 훨씬 덜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라고도 한다”고 덧붙였다.
일요일은 제대로 된 휴식을 즐기는 날인 동시에 가볍게 일주일 업무의 시작을 준비하는 날이다. 따라서 월요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일요일은 누워서 잠만 자거나 쉬기만 하기 위해서 있는 날이 아니라, 한 주를 시작할 준비를 하는 날로 생각해야 한다. 평일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서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식사를 하고, 햇볕을 쬐면서 오후까지 야외활동과 함께 자연의 정취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한 대신 평소보다 두 시간 정도 일찍 잠자리에 들고, 월요일에는 평일보다 30분 먼저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면 조금 더 여유로운 아침을 맞을 수 있다. 월요일 아침에는 반드시 식사를 하고, 목적지 전 정류장에 내려 햇볕을 받으며 15∼20분 정도 걸으며 일터에 도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반적인 경우 월요병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러나 여러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월요병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는 우울증, 불안장애 등 병적인 상태를 시사하는 증상일 수도 있다. 과도한 예기불안에 사로잡혀 금요일 또는 토요일부터 아무런 활동도 할 수 없거나, 월요병으로 인해 업무수행의 완성도가 떨어져 질책을 받는 일이 반복된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이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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