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는 소아 열 명 중 한 명이 고생할 만큼 흔한 증세이다. 하지만 변비를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변보는 일을 매일 치르는 일상적인 일이라 여겨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하고, 고질적이고 심한 변비조차 생활요법으로 해결해 보겠다며 안일하게 대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린 아이의 변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청소년이나 성인이 되어서도 고생하고 나중에 대장 항문 질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어릴 때 생활습관과 식습관 등 전반적인 교정이 필요하다.
가을에 심한 변비, 과도한 속열과 늘어난 식욕 탓
변비는 제때 끼니를 챙기고, 적당량의 식사를 하며, 충분한 수분과 섬유질 식품을 섭취하는 것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의 식습관은 인스턴트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밀가루 음식, 고기 등을 자주 섭취하고, 불규칙한 식사 시간이나 편식, 폭식, 소식, 야식 하는 습관이 많아 그만큼 변비로 고생한다.
더구나 가을에는 유독 변비 환자가 많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며 몸 안에 비정상적으로 쌓인 속열, 풍성해진 먹거리와 늘어난 식욕, 건조해진 날씨와 수분 부족 등은 장 기능이 미숙한 아이의 배변을 힘들게 한다. 스트레스도 소아 변비를 유발한다.
청주 아이누리한의원 박경남 원장은 “변비를 치료하지 않고 놔두면 전반적인 장 기능이 떨어진다. 이것은 아이에게 식욕부진과 성장부진, 식적(食積)으로 인한 아토피피부염, 비염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복부팽만, 잦은 방귀, 입 냄새 등도 흔한 증상이다”고 설명했다.
배변 횟수보다 배변 시 힘들어하면 변비 의심
사람들은 하루에 1번씩 대변을 봐야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대변이 장관 속에 정체되어 있어서 4~7일간 배변이 없을 때 변비라고 한다. 며칠씩 대변을 보지 못하다가 한참 힘들게 힘을 주어서 대변을 보면 변비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변비는 확실한 의학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3~7일간 대변을 보지 못하더라도 잘 먹고 잘 놀고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변비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반면 매일 대변을 보기는 하지만 매우 힘들고 불편하게 대변을 본다면 변비라고 보고 치료할 수 있다. 가령 아이가 화장실 가는 것을 싫어하거나 변을 볼 때 한참 걸리는 경우, 염소 똥이나 토끼 똥처럼 동글동글하거나 딱딱한 변을 보는 경우, 변을 본 후 항문에 피가 묻어나는 경우, 배가 빵빵하고 잘 먹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 심지어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 등이라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변비 방치하다간 장 기능과 직장 감수성 떨어져
박경남 원장은 “특히 변을 보고 싶다는 신호가 왔을 때 배변 시 고통이 떠올라 참게 되면, 다음 신호가 오기 전까지는 한참 걸리고 그 새 장의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변은 점점 더 딱딱해지게 된다. 결국 변 보는 일은 더욱 힘들어지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직장의 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다.
즉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고 장에 쌓인 변은 딱딱하게 굳어지는데, 아이는 배변 시 통증을 느끼게 되고 점차 배변을 기피하게 된다. 변이 계속 정체되고 쌓이면서 직장이 확장되고 직장의 감수성이 떨어져 결국 변의조차 잘 나타나지 않게 된다.
이것은 다시 변을 오랫동안 못 보게 만드는 식으로 악순환을 겪게 된다. 소아 변비의 치료는 바로 이런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는 데 있다. 우선 배변 시 통증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고 저하된 장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생활 속에서 식습관 교정 및 배변 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변비가 사라진 후에도 전반적인 비위 기능 살펴라
아이 변비는 한의학으로 치료가 잘 된다. 한약 처방을 해서 밥을 잘 먹게 하고, 위와 장을 건강하게 해주면 특별히 대변 빼는 약을 넣지 않더라고 아이가 변을 잘 보게 된다.
위와 장에 노폐물이나 열기가 쌓여 있을 때는 이를 개선하는 한약을 쓴다. 이렇게 비위(脾胃)와 장(腸)의 기운을 북돋우는 것은 다가올 겨울의 잦은 장염을 위한 대비책도 된다. 추운 계절에 유행하는 장염 바이러스도 많고 아이의 장 기능도 떨어지는데, 오래된 변비로 인해 비위와 장의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그만큼 잦은 배앓이나 장염으로 고생할 수 있다.
변비가 사라진 후에도 전반적인 비위 건강을 살피고 식습관 교정을 통해 변비가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박경남 원장은 “골고루, 충분한 양을 먹이고, 다시마, 미역, 김 등 해조류나 브로콜리, 상추, 감자, 고구마, 사과, 배, 무 등의 과채류를 자주 먹인다. 따뜻한 차나 국물 등으로 수분 섭취에 신경 쓰고, 변의가 느껴지면 참지 말고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들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아이닷컴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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