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세 지은정씨는 요즘 한숨만 내쉬고 있다. 외동딸 결혼 후 혼자 덩그러니 집에 있으려니 쓸쓸하기도 하고 노느니 돈이나 벌자는 생각을 했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지씨가 지원 가능한 곳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 100만원짜리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그마저도 식당 홀서빙, 간병인 등 뼛골 빠지는 일이 전부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최근 제조업체에서 정년퇴직한 남편이 아파트 경비로 재취업해 그나마 한시름 놓았지만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반찬값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61세 김복선씨는 10세 연상인 남편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다 아이들을 결혼시키고 남편도 근력이 떨어져 사업을 접었다. 아이들이 보내주는 용돈에만 의존하는 게 민망했던 김씨는 어렵게 용역회사에 취업해 공공기관의 ‘청소 아줌마’로 근무하고 있다. 김씨는 “동갑내기인 대통령은 또래 여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를 것”이라며 “사람 취급 못 받으면서 쥐꼬리만한 월급 받지만 여기서 잘리면 갈 수 있는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28일 통계청 국가통계 포털에 따르면 2000년 158만7000명이던 50~64세 중고령 여성 취업자는 지난달엔 289만3000명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홑벌이로는 씀씀이를 유지하기 힘든 경기 여건과 여성의 자아실현 욕구가 맞물리면서 일터로 나가는 중고령 여성들이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성별과 연령의 2중 차별 탓에 노동시장에서 하층 계급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주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와 김수현·이정아 박사과정 수료생은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노동정책 연구 논문집을 통해 “중고령층 여성 노동자의 현실은 성별에 따른 차별과 연령에 의한 중첩 차별을 받고 있으며 빈곤의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에 따르면 50~64세 여성 중고령 노동자 5명 중 1명(20.49%) 꼴로 최저임금(지난해 기준 시간당 4580원)보다 적은 급여를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근로자의 9.58%만이 최저임금 미만인 데 비해 현격히 높은 비율이다. 최저임금보다 25% 많은 5725원 미만의 임금으로 범위를 넓히면 중고령 여성 근로자의 68%가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저임금 일자리 자체가 여성 중고령자에게 편중돼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여성 중고령 노동자가 많은 산업과 직업으로는 숙박·음식점업 종사자가 10.2%로 1위였고 사업시설관리업의 단순노무자가 9.2%로 뒤를 이었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의 서비스 종사자(7.2%), 가구 내 고용활동의 단순노무자(6.3%)도 비중이 높았다. 식당·청소 아줌마, 간병인 등에 많이 몰린다는 의미다.
반면 여성 청년층은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의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14.5%)가, 남성 중고령층은 건설업의 기능원·관련기능 종사자(9.9%)가 가장 비중이 높았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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