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김장철이 됐다. 집집마다 수십 포기씩 담그는 진풍경은 옛 모습이 돼가지만, 여전히 주부들에게 김장은 중노동이 아닐 수 없다. 배추를 사오는 일부터 일일이 절이고 양념을 만들어 버무리기까지 손이 가지 않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김장은 보통 물을 편하게 쓸 수 있는 야외나 아파트 베란다처럼 추위에 노출된 곳에서 몇 시간씩 쪼그리고 앉아 일하는데다, 배추를 들고 오가야 해 여성에겐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김장만 끝나면 온몸에 성한 곳이 없게 된다. 심하면 연골판이 파열되거나 관절염으로 이어지는 등 '김장 후유증'이 찾아온다.
■김장 끝내고 더욱 심해진 허리통증
김장을 끝낸 주부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허리 통증을 동반한 요추 염좌다. 장시간 쪼그려 앉아있다 보면 가벼운 증상도 악화된다. 요추 염좌는 요추 부위의 뼈 사이를 잇는 인대가 손상돼 생기는 병이다.
주로 갑작스럽게 운동을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혹은 비정상적인 자세를 유지하거나 가벼운 충격에도 생길 수 있다. 신체가 노후될 수록 디스크 안에 있는 수핵이 외부로 튀어나와 신경을 압박해 염증을 일으켜 허리디스크를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허리를 숙여 청소를 하고 음식을 만들다보면 퇴행성 관절염이나 허리 통증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다. 찬 곳에서 일을 하면 관절과 인대의 유연성이 떨어져 제 기능을 못 하는데다 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초기 치료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
대부분의 허리 통증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일부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허리디스크 같은 더 큰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통증도 이전보다 심해진다. 우리 몸의 척추 사이에는 충격을 완화하고 척추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는 동그란 모양의 물렁뼈인 추간판이 있는데, 질긴 섬유질로 둘러싸인 이 허리디스크가 제 위치에서 밀려나오면 다리로 가는 신경을 눌러 허리 통증을 일으킨다. 여기서 더 심해지면 골반에서부터 발까지 하반신 전체에 통증이 이어지고 심하면 대소변 장애까지 일으킨다.
세연통증클리닉 최봉춘 원장은 "김장을 할 때 무거운 재료는 여러번 나눠 옮기고 적어도 1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 5분 동안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좋다"며 "김장 후 요통이 생기면 요추염좌 같은 급성 디스크 신호일 수 있으므로 무리한 움직임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무릎 통증, 반월상연골판 파열 의심해봐야
김장을 담그면서 쪼그려 앉는 자세는 무릎에도 좋지 않다. 무릎관절염 환자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무릎뼈 사이에는 반달 모양의 반월상 연골판이 있다. 뼈 사이의 마찰을 줄이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젊은 시절에는 과격한 운동으로 손상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지 않고는 중장년층에 관절이 퇴행하면서 파열되는 경우가 있다.
연골판이 손상되면 연골도 함께 손상돼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김장을 할 땐 바닥에서보다 의자에 앉아 김장을 하는 게 가장 좋다. 굳이 바닥에 앉아야 할 형편이라면 20~30분 마다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그나마 병증을 최소화 하는 길이다.
연세사랑병원 최유왕 부원장은 "젊은 층에서는 운동 중 부상을 입는 등 큰 충격으로 인해 연골판이 찢어질 수 있지만, 중년 이상의 가정주부는 무리한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무릎을 많이 구부리는 집안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연골판이 파열될 수 있다"고 말한다.
■어깨 안 돌아가면 회전근 파열됐을 수도
김장을 하면서 배추 등 무거운 짐을 들었다 놓는 일을 반복해서 팔이 돌아가지 않거나 아픔을 호소하는 주부들도 많다.
어깨의 삼각근 쪽에 위치한 회전근이 손상되면 이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40세 이후부터 고령이 될 수록 파열빈도가 높아진다. 회전근 파열은 일반적으로 비수술적 치료로도 증상이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
휴식을 취하면서 통증을 줄이고 관절운동을 하는 식으로 치료가 이뤄지는데, 이같은 방식으로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의사와 상담을 받아 수술적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동결견은 어깨 관절에 적은 통증으로 시작돼 나중에는 관절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의 통증을 동반한다.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정진영 정형외과 교수는 "근력의 회복과 관절 안정을 위해서는 회전근 봉합술과 견봉 성형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며 "관절경을 이용한 수술은 1㎝ 정도의 구멍을 내 기구를 삽입해 봉합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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