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인하가 정상적인 주택거래뿐만 아니라 분양권 불법거래까지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실수요자들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를 대폭 내렸지만 한편으로는 세금 인하를 빌미로 한 변칙 거래가 늘어나는 부작용이 빚어지는 셈이다.
12일 부동산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주택 취득세 영구 인하 법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한동안 움츠러들었던 서울지역의 아파트 분양권 불법거래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 분양 계약을 마친 강서구 마곡지구가 대표적인 곳이다. 마곡지구 아파트는 취득세 영구 인하 법안 통과 이후 분양권에 붙는 웃돈이 뛰어올랐다. 현지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84㎡의 경우 최근까지 층과 방향에 따라 1000만~3000만원의 웃돈이 붙었는데 취득세 인하 소식 이후 웃돈을 더 주고라도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개정된 취득세율은 취득가액 기준 6억원 이하 1%, 6억~9억원 2%, 9억원 초과 3%가 적용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차등 부과도 없어지며, 8월28일부터 소급 적용된다.
공공택지인 마곡지구에서 서울시 에스에이치(SH)공사가 공급한 아파트는 원칙적으로 1년간 전매가 금지돼 있고 입주가 내년 6월이어서 입주 때까지 전매가 금지된다. 따라서 현재 분양권을 전매하는 것은 불법인데도 내년 6월에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계약서를 공증하는 방식으로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내년 입주 때는 매도자와 매수자 두 사람 명의로 차례로 등기해야 하고 매수자가 등기비용을 두 차례 부담해야 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런 연속적인 소유권 이전등기를 일명 ‘복등기’라고 한다.
취득세 영구 인하는 복등기에 따른 매수자의 금전적 부담을 대폭 줄여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마곡지구 전용 84㎡ 아파트는 내년 입주 때 취득세 1%가 부과돼 매수자가 분양권을 사들인 뒤 복등기를 해도 취득세 430만원을 두 차례, 총 860만원만 내면 된다. 이는 올해 취득세율 2%와 같고 취득세 영구 인하가 없었더라면 애초 내년부터 원상 회복될 예정이었던 취득세율 4%에 견줘서는 절반을 아끼는 것이다. 또 올해까지 취득세율 4%가 적용되었던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복등기를 해도 세금이 50% 줄어든다.
서울 위례새도시에서도 불법 분양권 전매가 판치고 있다. 12일 예비당첨자 계약을 마친 ‘위례 송파힐스테이트’ 102㎡형의 경우 3000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이 아파트는 1년 뒤에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고 분양권 매수자는 입주 때 취득세를 한 번만 내면 되지만 역시 취득세 영구 인하가 거래시장에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도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가 기승을 부리게 된 데는 최근 전매 제한 규제가 완화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와 올해 초에 걸쳐 보금자리주택지구를 제외한 곳에서는 대부분 주택 분양권 전매 기간이 1년으로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전매 제한 규정을 어긴 분양권 거래는 적발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부과되지만 현실적으로 시·군·구청이 적발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이에 따라 청약 과열이 빚어지는 곳에 대해서는 정부가 2011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를 마지막으로 해제된 투기과열지구 재지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면 주택 전매 제한 기간이 현행 1년에서 3~5년으로 늘어나 거래가 어려워진다. 그러나 획일적 규제보다는 공공주택을 제외한 민간주택은 국민의 정부 때처럼 분양권 전매를 양성화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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