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산업은행은 올해 신입 공채에서 70명 중 10명(14.3%)을 지방대 출신으로 뽑았다.
지난해에는 민영화 추진을 위해 지방 지점을 늘리는 일시적 수요가 겹치면서 지방대 출신 비율이 50.7%까지 올라갔다.
2011년 이전까지 6%대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2011년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고졸, 지방대 출신 채용을 강조하기 시작한 시기다.
이 전 대통령은 "은행원으로 10년, 20년 근무하는데 학력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고, 이 전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이었던 강만수 당시 산업은행장은 총대를 멨다.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이런 움직임이 현 정부 들어서도 이어지며 정착할 기미를 보인다.
기업은행의 경우는 신입 공채에서 지방대 출신 비율이 2009년(24.9%), 2010년(29.1%), 2011년(30.6%), 2012년(27.4%)에 이어 올해도 26.3%에 이르렀다.
고졸 채용 비율은 다소 등락이 엇갈리지만 전반적 추세는 유지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은행은 민영화를 추진했던 한시적 이유로 지난해 120명을 뽑았다가 올해는 20명으로 크게 줄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00명에서 올해 138명, 국민은행도 지난해 20명에서 올해 15명으로 다소 줄였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지난해 110명에 이어 올해도 110명을 선발했고 하나은행은 지난해 29명에서 올해는 40명으로 늘렸다.
다른 공기업의 고졸 채용도 비슷한 추세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공시된 30개 공기업(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제외)을 분석한 결과, 고졸 채용은 최근 4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인 임민욱 홍보팀장은 "이런 분위기는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다소 줄어들 수도 있지만 고졸 채용은 어느 정도 정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이뤄진 삼성그룹의 사장단 승진인사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학벌문화 타파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승진자 7명 가운데 이른바 'SKY' 출신은 1명뿐이었다.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도 능력만 있으면 중용하는 삼성의 시스템이 빛을 발한 대목이다.
비록 호남 출신은 전무하다는 사실로 인해 일부 퇴색하긴 했지만 삼성의 실적주의 인사철학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일류대학 출신에 의존하지 않고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음을 단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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