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은미씨(32)는 지난해 말 감기로 고생을 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감기증상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잔기침이 그녀를 괴롭혔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 믿었던 기침은 3주 이상 계속됐고, 가슴 통증은 물론 밤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오한까지 오자 최씨는 병원을 찾았고, 폐렴진단을 받은 후 입원까지 해야 했다.
최근 만성기침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
감기 기침은 2주 안넘어
20년 이상 흡연한 경우는
만성기관지염 의심해봐야
◆잦은 기침은 의심해봐야
기침은 우리 몸의 중요한 신체 방어 작용을 한다. 가스, 세균 등 유해 물질이나 다양한 이물질이 기도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또 흡입된 이물질과 기도의 분비물이 기도 밖으로 배출되도록 해 항상 기도를 깨끗하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요즘처럼 춥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 기침을 하는 횟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기침을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단순한 신체작용으로만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기침이 지속되면 구토, 흉통, 피로감, 요실금, 늑골골절, 실신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기침은 대부분 후두를 포함한 기도의 자극에 의해 반사적으로 발생한다. 연기나 먼지, 이물질 등의 외부물질 흡입에 의한 기도 자극, 가래나 콧물, 위산 등의 내부 분비물질에 의한 자극 때문에 유발될 수 있다. 이외에도 각종 기도의 염증 질환, 기도 협착, 종양에 의한 기도 침범이나 압박 등이 원인이 된다.
일반적으로 3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을 만성 기침이라고 한다. 인구 중 9~33% 가 3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기침을 경험하며,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3배 정도 더 흔히 만성 기침을 경험한다. 이는 상기도 감염증 즉, 감기가 가장 흔한 원인이 되는 급성 기침(3주 이내)과 달리 다양한 원인의 질병 때문에 발생한다.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나, 중증 질환의 증상 발현이 있는 노인은 기침의 지속기간에 관계없이 임상적 판단에 의해 단순흉부방사선 사진을 촬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폐렴, 결핵 및 폐암 등 질병유무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좋다.
특히 다음의 상황에서는 기간이 길지 않더라도 심각한 질환의 첫 증상일 수 있어 전문가 상담 및 정밀 검사를 고려한다.
각혈, 호흡곤란, 목소리 변화 등의 증상이 동반되거나, 화농성 가래가 다량 나올 때, 장기간의 흡연력이 있거나 잦은 폐렴 병력, 발열, 체중 감소가 동반되는 것은 위험 징후로 받아들여야 한다.
검사상 이상 소견이 없는 경우 만성 기침과 관련된 질병은 크게 흡연자와 비흡연자로 구분된다. 흡연자에겐 만성 기관지염이 가장 흔한 원인이고, 비흡연자에게는 코 뒤로 넘어가는 콧물(후비루), 천식, 위식도 역류 이 세 가지가 원인의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만성 기침의 원인과 증상
만성 기관지염은 대개 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흡연하는 경우 발생하며, 보통 가래를 동반한다. 호흡 곤란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후비루성 기침의 원인으로 콧물, 목 안의 가래는 비흡연자에게 가장 흔하다. 배출 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다른 특이한 원인이 의심되지 않는 경우 광범위한 검사 이전에 후비루에 대한 경험적 치료를 먼저 시도해 볼 수도 있다.
감기는 감기를 일으키는 200여종의 바이러스가 공기를 타고 전염이 되어 코 점막이나 인두 점막에 감염을 일으켜 발열, 콧물, 재채기, 객담, 두통 등을 일으킨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감기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감기환자의 경우 기침증상이 2주를 넘지 않는다. 감기를 앓고 난 뒤에 기침이 있어 걱정이 될 때는 감기에 합병된 다른 질환을 확인해 보는 것이 순서다. 3주 이상 기침을 하게 되면 틀림없이 감기는 아닐 것으로 보고 다른 많은 질환이 있는 것이 아닌지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천식은 비흡연자에게 두 번째로 흔한 원인이 된다. 특징적인 임상 증상으로 반복되는 천명음(쌕쌕거림), 흉부 불편감, 호흡 곤란이 동반된다. 특히 야간이나 이른 아침에 기침이 심하다.
위식도 역류염은 비흡연자에게 세 번째로 흔한 원인이다. 상복부(윗배)가 쓰리거나 신물이 올라오는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그 밖에 약물에 의한 만성 기침이 있다. 혈압 강하제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를 사용할 경우 기침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복용 중인 약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치료 첫 단계는 원인을 찾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기침약은 말초성 혹은 중추성으로 기침 반사의 기전에 작용해 기침 그 자체를 억제하는 것일 뿐, 약을 먹고 기침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원인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특히 3주 이상 기침이 오래가는 경우라면 꼭 병원을 찾아 문진과 신체검진 후에 적절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임호기자
도움말=영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은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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