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기 운항도 차질 짙은 안개와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전역이 뿌옇게 변한 25일 김포공항 국내선 계류장에 운항 차질로 이륙을 기다리는 항공기들이 늘어서 있다.(사진)
중국발 미세먼지가 닷새째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데다 농도도 짙어지는 양상을 보여 호흡기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25일 미세먼지(PM10) 농도는 서울 최고 239㎍/㎥, 부산 214㎍/㎥, 대구 257㎍/㎥으로 평소보다 4∼5배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우리나라 전역이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았다. 이 같은 미세먼지는 봄철 중국발 황사와 겹쳐 잦아질 것으로 보여 노약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지름 10㎛ 이하의 부유 먼지를 말한다. 지름 2.5㎛ 이하는 초미세먼지로 분류한다. 황산염, 질산염, 암모늄 등 유해물질로 이뤄져 있다. 미세먼지는 코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의 꽈리세포까지 들어와 조직에 흡착되거나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최동철 알레르기 내과 교수는 “미세먼지가 폐에 축적되면 천식, 만성기관지염, 알레르기성 비염 등 호흡기 질환이 유발되고, 모세혈관에 파고들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은 역사적인 기록으로도 남아 있다. 1909년 산업화 시기 영국에 발생한 스모그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거주민 1063명이 사망했고, 미국 뉴욕도 1966년 11월 8일에 걸쳐 일어난 스모그로 168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미세먼지 중 디젤에서 배출되는 BC(Black Carbon)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산업화 시기의 전철을 밟고 있는 중국은 ‘베이징에 온 외국인이 하루 만에 호흡기 이상으로 기침을 하게 된다’는 뜻의 신조어 ‘베이징 커’가 유행할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한반도에 유입되고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전문의들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환경부 인증 마크가 있는 방진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당부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반 천 마스크와 황사 마스크로는 지름 10㎛ 이하의 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 호흡기 점막에 수분이 부족해지면 유해물질이 인체에 쉽게 침투한다.
서울대병원 박민선 가정의학과 교수는 “음식 섭취 열량이 부족할 때도 호흡기 방어기능이 떨어진다”며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살코기, 생선, 달걀 같은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고 하루에 1.5∼2ℓ씩 물을 마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섬유질이 많은 잡곡밥, 과일, 야채 등은 장 운동을 촉진해 오염 물질 배출에 도움을 준다.
실내가 건조하지 않게 50∼60%의 습도를 유지하고 걸레질을 자주 해 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층 세진 중국발 미세먼지는 피할 수 없는 만큼 건강 행동 요령을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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