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 이후 강남·북 임대사업자 온도차
강남 다주택자 ‘매도 고민’ 강북 생계형 ‘발만 동동’
2·26 주택 임대차시장 선진화방안과 3·5 보완조치로 세금징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가는 가운데 서울 강남과 강북지역 분위기에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생계형 임대사업자가 많은 강북은 세금으로 남는 게 없어졌다며 발만 구르는 상황인 반면 다주택자가 많은 강남의 경우 매도 및 전세전환 문의가 많다는 것이 중개업소들의 전언.
■강남 재건축 매도 문의 증가
12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전·월세대책 발표 이후 재건축 단지가 많은 강남권 중개업소에서는 매도 문의뿐 아니라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하려는 문의가 늘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 인근 J공인 대표는 "개포 아파트 소유자들은 다주택자가 많다"며 "과세 기준이 연 수익 2000만원 초과인데 다주택자의 경우 다른 주택들로부터 얻는 임대수익까지 합산했을 때 이를 넘는 경우가 많아 집을 처분하거나 차라리 월세를 전세로 돌리려는 문의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개포동 G부동산 관계자도 "소형 개포 재건축 아파트(35~42㎡)를 사들여 추후 임대할 계획이던 사람들이 과세대상이 된다고 하니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주춤한 상태이고 월세보다는 주로 전세로 돌리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개포주공3단지(35㎡)의 경우 매매가가 6억~6억1000만원선인 데 비해 전세가격은 7000만원, 월셋값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45만~48만원 선이다.
송파구 J부동산 대표도 "월세를 놓던 사람들이 갑자기 전세로 바꾸려 한다"며 "자금력이 있는 사람이 집을 사서 월세나 전세를 공급해야 하는데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 시장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전세 문의도 늘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P공인 대표는 "7억원 전세 아파트의 경우 5억원으로 보증금을 낮추고 대신 연소득을 2000만원에 맞추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종합과세와 분리과세 중 어느 게 더 유리한지 묻는 문의전화가 많다"고 설명했다.
상황은 경기권 재건축 단지도 마찬가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주공5단지 인근 J공인 관계자는 "이번 대책 발표로 매수문의가 끊겼다. 집을 사려하는 사람 대부분이 임대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인데 세금을 물린다고 하니 전화가 없다"며 "월세 12개월분 중 1개월분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데 누가 쉽사리 하려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강북 생계형 "남는 게 없다"
강북지역에서도 거래 및 문의가 주춤해졌지만 생계형 임대사업자가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차 떼고 포 떼면 남는 게 없다'는 반응이지만 여전히 임대소득으로는 월세가 선호되고 있다. 이번 대책에 따라 월세든 전세든 모두 과세된다는 점에서 차라리 월세가 낫다는 판단에서다.
노원구 A공인 대표는 "갈수록 은행 금리가 낮아져 임대사업으로 월세 수입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어떤 장치를 하지 않는 이상 월세 받기 힘들어졌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면계약 등을 통해 과세 기준치 밑으로 월세를 맞추려는 것이다.
월세공급 포화로 공실률이 높은 대학가도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관악구 신림동 H공인 대표는 "아직 결정적인 게 없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며 "정말 그렇게까지 할까 싶어 눈치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화여대 인근 E공인 대표는 "이 일대가 주택가여서 주로 생계형 임대사업자가 많다"며 "대부분 방 하나 더 마련해 겨우 밥 벌어 먹고 있었으나 앞으로 세금을 내게 되면 어떻게 살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전세보증금을 돌려주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 '깡통'이 되는 주인도 많은데 이들을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유엔알컨설팅의 박상언 대표도 "강북지역에 많은 다가구주택의 경우 운영해봤자 수익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연수익 2000만~3000만원이라 해도 대출이자 갚고 주택 수리비용 부담에다 임대료까지 제때 못 받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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