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의 일과를 작성해 보면 24시간 중 4분의 1 이상을 ‘잠’으로 보내게 된다. 우리 몸이 이렇듯 많은 시간 잠을 필요로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잠을 자는 시간에 우리 몸은 단순한 휴식뿐만 아니라 다음 활동을 위한 준비를 한다. 특히 신경계는 전날 낮에 활동을 하는 동안 우리 몸에 쌓인 노폐물을 없애는 일을 한다. 낮에 뇌에 저장한 정보를 정리하는 일도 수면 중 이뤄진다.
14∼21일은 대한수면학회가 올바른 수면습관의 중요함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수면주간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김원주 교수와 고대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의 도움말로 수면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잠을 많이 자야 피부가 좋아진다?=‘피부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말이 있다. 과거 한 침대 회사가 만든 광고 카피에서 유행한 말이다. 과연 맞는 말일까.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적절한 수면은 피부건강에 이롭다는 정도로 새기라는 얘기다.
수면과 피부의 관계는 성장호르몬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우리가 수면을 취하는 초기, 깊은 잠에 빠졌을 때 왕성하게 분비된다. 그만큼 세포가 필요로 하는 영양공급이 좋아지고, 노폐물 제거도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잠을 자도 깊이 잠들지 못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게 돼 수면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피부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좋다?=맞다. 수면은 운동과 더불어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대표적인 인자로 알려져 있다.
성장호르몬은 수면 중 60∼80%가 분비되는데, 특히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다른 때보다 4배 이상 많이 분비된다. 따라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은 좋지 않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총 수면 시간이 같더라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보다 가능한 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
물론 밤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든다고 반드시 성장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것은 아니다.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얕은 잠이 아닌, 깊은 숙면 상태가 되어야 활발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수면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하루에 잠은 7시간 이상 자야 한다?=하루에 꼭 7∼8시간 정도를 자야만 좋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하루에 필요한 수면의 양은 사람에 따라 적게는 4시간부터 많게는 10시간까지 다르다.
거듭 강조하지만, 수면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조금만 자도 깊이 잠들게 되면 피로가 쉽게 풀린다. 수면 시간은 다음날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면 충분하다.
간혹 주중에 잠을 적게 자고 주말에 과도하게 자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고쳐야 한다. 수면은 생체리듬과 외부 환경, 즉 주로 빛에 의해 조절되고 유지된다. 따라서 생체리듬을 인위적으로 줄였다 늘였다 하는 것은 신체에 좋지 않다. 잠은 가급적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자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든다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과연 그럴까. 이 역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깊은 잠이 줄고 자주 깨는 경향이 있는 것은 맞다. 반면 노인의 경우 밤잠이 줄어들고 낮잠이 늘어난다. 결국 밤잠과 낮잠을 다 합치면 젊은 사람들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게 된다. 즉 나이가 들어도 필요한 수면시간은 일정하다는 얘기다.
다만 주의할 것은 노년기 불면증의 경우 젊은이와 달리 2차성 불면증, 즉 신체질환이나 정신질환에 의해 동반되는 불면증이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나이가 많으면 원래 잠을 못 자는 것이라고 방치해 병을 키워선 안 된다. 늘 잠이 모자란다고 생각될 때는 한 번쯤 병원의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 정확한 원인을 찾아보는 게 좋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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