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자율형사립고가 최고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설립 이래 올해 첫 재지정 평가를 해서 자사고를 적정 규모로 줄여 내실화를 거두고 일반계고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2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자사고는 현재 25개교에 이른다. 시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전국 자사고(49개교)의 절반이 서울에 몰려 있다”며 “자사고 평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서 적어도 3분의 1, 많게는 2분의 1은 줄여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시교육청은 조만간 교육부의 자사고 평가지표가 내려오는 대로 평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서울 지역 여건에 맞게 세부 조정을 할 계획이다. 올해 평가 대상은 2010년 3월에 문을 연 14개교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자사고 지정 5년마다 운영성과 등을 평가해 교육감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자사고 중에는 가르치는 건 예전 그대로이면서 학비만 (일반계고의) 3배를 받는 곳이 있다”며 “일반계고 전환에 반발이 따르더라도 정리할 건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시교육청 평가는 자사고 지정 이후 우수 교사 채용 등 교원 수준을 관리했는지,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는지 등의 교육 역량 강화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대학 진학실적이나 학업 성취도 같은 학력 부문은 자사고 사이에도 지역별 격차가 있는 만큼 학교 간 직접 비교보다는 종단평가 방식으로 학교 내 변화를 확인하는 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교육청 또 다른 관계자는 “교육청이 위촉하는 평가위원이 5∼6월에 평가를 진행해 6월 말이면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교육청은 평가단의 결과가 나오면 자율학교 지정위원회를 구성해 자사고에서 일반계고로 전환할 학교를 지정할 방침이다. 최종 결정은 교육감이 내린다.
자사고는 이명박정부 시절 학교교육의 다양성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등장했다. 그러나 ‘내신 상위 50%, 일반계고보다 최고 3배 비싼 학비’라는 조건 탓에 사실상 중산층 이상 상위권 학생에게만 문호가 열려 있었다. 더구나 서울에서는 자치구당 한 곳꼴로 들어서면서 주변 일반계고의 상위권 학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지탄받고 있다.
자사고 축소의 최대 난관은 자사고와 학부모의 반발이다. 교육부도 지난해 자사고 입시에서 성적 제한을 없애려다가 학부모의 반발에 밀려 방향을 크게 수정해야 했다.
이번 평가 대상인 한 자사고 교장은 “일반계고로 전환하면 재학생과 신입생의 정체성에 큰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며 “얼마 전 자사고 교장협의회 모임에서도 10개교를 없애려고 한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공감할 만한 평가지표가 아니라면 (교육당국은) 상당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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