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든에이지포럼(회장 김일순)은 다음 달 2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지하 2층 태평홀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내가 치매에 걸린다면’이란 제목으로 치매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장기요양보험 치매특별등급제도’를 널리 알리고, 치매의 조기 발견 및 예방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치매특별등급제도란 바로 경증 치매 환자들에게도 방문간호 등 요양보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치매란 기억력 판단력 공간지각능력 등 여러 가지 인지기능이 감퇴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고령 노인이 가장 겁내는 병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는 것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머지않아 자신에게도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애써 부정하고 싶은 병이기도 하다.
고령자의 입장에서 어떤 증상을 겪을 때 치매를 우선적으로 의심해야 할지 알아봤다.
◇자꾸 깜박깜박 잊을 때=나이가 들면 주름이 생기듯 기억력도 자연히 조금씩 감퇴되기 마련이다. 치매 역시 다른 질환처럼 초기에 경미한 기억력 감퇴 증상을 시작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가 악화되는 양상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초기엔 그 증상이 아주 가볍고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눈치 채지 못한다는 점이다.
치매와 관련해 요즘 가장 관심을 끄는 기억력장애는 ‘경도인지장애’(MCI)다. 연구결과 경도인지장애 진단 환자 4명 중 1명이 알츠하이머병으로 이환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병은 혈관성 치매와 함께 대표적인 치매 유형이다.
경도인지장애는 단순히 건망증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주, 뭔가를 잊어버릴 때 의심해 볼 수 있다.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는 “특히 최근의 일을 잊어버리는 단기 기억력 저하, 전에는 잘 해내던 일을 갑자기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계산 실수가 잦아질 때는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많은 경도인지장애를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인성 우울 증세가 보일 때=치매 노인과 비슷한 증상을 보여 오인하기 쉬운 노인병도 있다. 소위 ‘가성치매’를 유발하는 노인성 우울증이다. 주의할 것은 이 우울증을 방치할 경우 치매로 발전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65세 이상 노인 220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 정도를 조사하고, 6년 뒤 다시 인지기능 손상 정도를 측정한 결과 노인성 우울증이 심했던 노인일수록 인지기능 손상 정도도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 인지기능 손상은 치매가 진행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다.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선완 교수는 “노년기의 우울증은 치매로 혼동되거나 두 증상을 서로 동반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노년기엔 치매 예방을 위해서도 노인성 우울증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매 치료 시 우울증 치료도 동시에 필요한 이유다. 치매 환자 중 우울증을 함께 겪는 비율은 약 30∼40%다. 기 교수는 “우울증은 기분 장애이기 때문에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치매와 다른 질병이라고 여기기 쉽지만, 노년기 우울증은 처음부터 끝까지 치매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갑자기 몸무게가 줄었을 때=나이가 들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몸무게가 줄면 암이 생긴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경우 암 때문이기보다는 다른 원인 때문일 경우가 더 많다. 암에 의한 체중감량은 말기에 이르러서야 나타나는 증상일 뿐이다.
확률이 아주 높은 것은 아니지만 고령자의 경우 알츠하이머도 갑자기 체중이 주는 여러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미국 시카고 러시대 메디컬센터 의료진이 평균 연령 75세의 가톨릭 성직자 820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체질량지수(BMI)가 계속 하락한 성직자들의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성직자들에 비해 35%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음식물 섭취와 신진대사의 이상이 뇌손상을 유발, 치매 발병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과거 일상적으로 맡아왔던 냄새를 잘 구분하지 못할 때, 노화로 귀가 어두워져 대화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치매를 한 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저작권자ⓒ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기사는 디지털뉴스 저작권신탁관리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정하는 기준과 방법에 따라 이용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