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엔 현재 소득 70% 필요 … 따져 보고 계획부터 세우세요


등록일 2014-04-04
정보제공처 뉴스와이즈



최근 비교적 은퇴 준비를 잘 해오고 있다는 A씨와 은퇴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다고 걱정하는 B씨의 두 사례를 통해 그들의 은퇴 준비 상태를 평가하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둘 다 전업주부인 아내와 초등학교, 그리고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가진 대한민국의 평범한 40대 남성이었다.

그런데 겉으로는 언뜻 비슷하게 보이는 이 두 가장의 은퇴 준비 수준은 상당히 큰 차이를 보였다. 먼저 준비가 잘 되어 있다는 A씨.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A씨의 월급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과 부채의 크기도 우리나라 통계청 기준으로 딱 평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채 상환과 동시에 오랜 기간 은퇴준비를 꼼꼼하게 해온 점이 눈에 띄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구조의 연금에 모두 가입되어 있었으며, 매달 적지 않은 액수를 떼어내 노후자금으로 꾸준히 저축해 오고 있었다. 또한 질병보험, 실손보험에 가입이 되어 있어 노후에 증가하는 의료비에 대한 준비도 괜찮은 편이었다.

B씨는 A씨에 비하여 소득이 꽤 많은 편이었는데, 소득이 많은 만큼 지출도 많았다. 우선 주택담보대출로 받은 부채가 많아 빚 갚기에 급급했고, 자녀의 교육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고 있었다. 부채상환과 아이들 교육비가 B씨에게는 시급한 문제였고, 우선 급한 불 부터 끄다 보니 노후를 준비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A씨와의 가장 큰 차이는 계획과 실천이었다. A씨는 노후에 필요한 소득을 꼼꼼하게 계산해 보고, 이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 오고 있었던 반면, B씨는 막연하게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돈이 생길 때 마다 그 때 그 때 비정기적으로 저축을 하고 있었다. 결국 B씨는 현재 저축상태로는 은퇴 후 노후필요소득의 약 30% 정도 밖에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노후 필요소득은 통상 이전 소득 대비 70%는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최근 한국인의 은퇴준비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은퇴준비지수 2014'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인의 종합은퇴준비지수는 100점 만점에 56.7점으로 '주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별로 보면 '주의'(50~69점)에 해당하는 가구가 전체의 62%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양호'(70~100점)에 해당하는 가구는 27%, '위험(0~49점)'에 해당하는 가구는 11%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무, 건강, 활동, 관계의 4가지 영역별로 준비상태를 측정한 이 지수에서 한국인이 가장 준비가 미흡한 분야는 재무영역이었다. 이 결과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재무준비지수는 100점 만점에 53.9점으로 '주의' 수준이었다. 재무적인 준비가 중요한 이유, 다시 말해 생애재무설계가 필요한 이유는 삶에 있어 소득은 굴곡이 있는 반면 지출은 비교적 굴곡이 없기 때문이다. 즉, 우리 인생에 소득이 없는 시기는 있다 하더라도 쓰지 않고 살 수 있는 시간들은 없다. 따라서 소득이 있을 때 일정액을 떼어내어 소득이 없는 시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B씨의 경우처럼 40~50대는 평균적으로 소득이 일생에서 가장 높은 시기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지출도 정점에 있는 시기이다. 또한 조기퇴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 자칫 어느 날 갑자기 소득이 끊길 수도 있는 불안한 시기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시기의 지출관리는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소득이 있을 때 노후저축을 제대로 해두지 않으면 자칫 여생이 불행해질 지도 모른다. 노후 준비정도가 스스로 판단하기에 위험에 빠져 있는 상태라면 당장 얼마만이라도 저축을 시작해야 한다. 나중에 여력이 생기면, 자녀의 교육이 끝난 후에 등의 핑계를 댈 여유가 없다. 적은 금액이라도 바로 지금 시작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단계로 지금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저축을 해왔다 하더라도, 노후에 필요한 소득이 얼마고, 현재 얼마가 준비되어 있는가를 꼼꼼하게 따져보자.

은퇴 후 생활비의 쓰임은 기본적인 월 생활비, 의료비, 장기요양비, 취미생활비 등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은퇴 이전 생활비와 비교하여 은퇴 후 생활비 비율을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예상치 못한 질병이나 상해에 따른 의료비 및 장기요양비, 최소한의 여가생활 및 품위유지비(경조금 등)에 이르기까지 물가상승 등 여러 상황 변화를 감안해 계산해 봐야 한다.

2단계는 준비한 노후자산 확인해 보기이다. 국민연금, 퇴직금(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을 점검해보는 것이다.여기에 보유 부동산 등 은퇴 시 최종 확보할 수 있는 자산을 종합해 예측해야 한다. 노후에 매달 월급처럼 꼬박꼬박 지급받는 연금은 노후생활을 계획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3단계에서 해야 할 일은 '금융상품 가입을 통해 빈 곳 채워 넣기'이다.

1단계와 2단계를 통해 파악한 필요자금과 준비자금을 비교하면 부족한 자금의 규모를 계산할 수 있다. 이후 자신의 연령대 등을 감안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자금 마련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경제적인 준비만이 은퇴 준비의 전부는 아니다. 건강 영역, 여가 등 활동 영역, 친구 등 관계 영역에 걸쳐 폭넓게 은퇴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윤원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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