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발생 8일째를 맞아 온 국민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있다.
구조된 학생, 실종ㆍ사망자 가족은 물론이고 구조에 참여한 수색대원, 언론보도를 통해 사고소식을 접하는 국민 모두가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트라우마는 '심적 외상'을 뜻한다.
"세월호 침몰사고 같은 대형참사의 경우 참사의 직접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불안장애, 적응장애, 분노조절장애에 스트레스반응, 소화불량, 불면증, 두통 등이 올 수 있어요. 자신이 사고의 당사자인 것처럼 심적 스트레스를 겪는 거죠."
충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손정우 교수는 이런 국민들의 모습에 대해 광의의 '집단트라우마'로 진단하면서도 집단우울증, 집단트라우마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워했다.
"24시간 뉴스 속보를 연일 접하면서 국민들이 우울증, 사기저하, 불면증에 시달리고 의기소침해지는 부분이 있어요. 앞으로 구조작업이 길어지면 국민들의 스트레스도 길어질까 우려돼요. 하루 빨리 일상성을 되찾아야 합니다. 뉴스도 선별해 봐야 해요."
그러면서 특히 10대 청소년, 어린이, 임산부, 감수성이 예민한 이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청소년들은 이번 참사의 피해자들과 또래여서 정신적 충격이 더 크다.
"청소년기에는 전전두엽의 성숙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강렬한 기억들을 잊어버리거나 제어하는 능력이 약해요. 한번 받은 충격이 오래가는 특성도 있구요."
이어 부모와 교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관련뉴스의 과도한 시청이나 관심 자제도 당부했다.
"청소년들은 인터넷이나 SNS, 카카오톡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해 왜곡된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이 분노할 때에는 부모나 교사들이 같이 공감해주면서 침착함을 되찾게 해줘야 해요. 아이들이 사안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부모와 교사가 옆에서 바로잡아주고 뉴스를 선별해 접하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번 참사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크게 받은 이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전문가의 심리치료를 권했다. 종합병원 치료나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상담기관 'WEE센터', 도내 각 시군별로 있는 정신건강증진센터, 충북대 심리학과에서 운영하는 '충청북도재난심리지원센터', 사설 상담기관 및 정신병원 등의 이용을 제안했다.
"트라우마는 개인차가 큰데, 평소에 긴장도, 우울, 불안이 높았던 학생들이라면 부정적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어요."
이런 가운데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우울 혹은 화나는 감정반응이 상당히 심하다 ▶눈물이 계속 난다 ▶잠이 오지 않는다 ▶식욕이나 체중에 변화가 있다 ▶모든 게 부정적이고 허무하게 느껴진다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전문가 도움을 받을 것을 권고했다. /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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