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유아들은 봄이 되면 열감기를 달고 산다. 그러나 막상 해열제를 먹이려면 헷갈리는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나이나 몸무게는 물론 복용 후 관리 등 사소한 듯 하지만 중요한 사항들이 많은데, 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 큐브아고라에서는 한국존슨앤존슨이 주최한 ‘올바른 해열제 복용법’ 강연이 있었다. 이날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에는 ▲해열제를 먹여야 할 시기 ▲나이, 몸무게와 해열제의 양?▲아기 및 임신부에게 적당한 해열제 등에 대해 다뤘다. 소아청소년과 하정훈 전문의와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조연경 교수 등이 임신부와 5세 이하의 자녀를 둔 초보 엄마들을 대상으로 한 이날 강연의 요지를 정리해 본다.
■평균 체온보다 1도 이상 높다면 해열제 먹이고 잘 살펴야
면역체계가 약한 아이들에게 일교차가 큰 봄철은 감기에 매우 취약한 시기다. 아이들은 감기에 걸리면 어른보다 열이 잘 나며, 보통 2~3일 동안 지속된다. 열이 나면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은 물론 탈수?식욕부진, 심하면 열성 경련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아이의 체온이 평균 체온보다 1도 이상 높거나 38도 이상이면 열이 있는 상황이므로 해열제를 먹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온은 항문으로 재는 것이 정확한데, 항문을 손으로 벌린 다음 수은주 부위에 바세린을 바른 체온계를 집어넣는다. 아기가 움직지지 않게 잘 잡은 후 약 1.2∼2.5cm 정도 밀어 넣었다가 3분 후 눈금을 읽으면 된다.
하정훈 전문의는 “고열은 되도록 빨리 떨어뜨려 주는 것이 중요한데, 물수건은 열을 떨어뜨리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이제는 권장하지도 않는다”면서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의 해열진통제는 공복에도 사용할 수 있으므로 한밤중 갑자기 열이 날 때도 제약없이 사용할 수 있다”면서 “특히 열이 하루 이상 지속되거나 체온이 39도 이상일 때는 바로 전문의를 찾아야 하며, 생후 6개월이 안 된 아기에게서 열이 날 때는 아무리 경미해도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열제는 ‘나이’ ‘몸무게’에 맞춰 사용해야
해열제는 용법?용량만 잘 지키면 안전한 약이다. 그렇지만 대상이 영?유아라면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생후 3개월 미만 아기에게는 임의로 해열제를 먹여서는 안 된다. 어린이는 어른과 달리 같은 연령이라도 체중에 따라 해열제 복용량이 다르므로 아이 몸무게에 맞춰 양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타이레놀 등 어린이용 해열제에는 제품 겉면에 체중별 권장량이 표기돼 있으므로 이를 잘 참고하면 된다. 급하다고 성인용 해열제를 쪼개서 먹이는 것은 금물이다. 또 해열제를 먹인 후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다른 해열제를 먹여서도 안 된다. 어린이 해열제의 복용 간격은 보통 4~8시간 정도인데, 그 시간 안에 또 해열제를 먹이면 권장량을 초과하기 쉬워서다.
■물 자주 먹이고, 실내 습도는 50% 정도로
아기가 열감기에 걸렸다면 따뜻한 곳에서 조용히 쉬게 한다. 방의 습도를 50% 정도, 실내 온도는 20~22도가 적당하다. 또 물이나 주스를 자주 먹여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 주도록 한다.
아이가 약 먹기를 거부할 때 강제로 먹이면 약에 대한 거부반응을 키울 수 있다. 만약 가루약을 잘 먹지 못한다면 의사와 상의해 물약이나 알약으로 바꿔 먹이면 된다. 생후 4개월부터 복용이 가능한 현탁액 해열제의 경우 알약을 싫어하거나 아토피나 알레르기 등으로 색소에 민감한 아이들에게 적당하다. 이 밖에 씹어 먹는 츄어블 정이나 알약을 선호하는 만 6세 이상 소아를 위한 정제형도 있다. 또 부모가 약을 줄 때 밝은 표정으로 맛있는 것을 먹이듯이 하면 아이가 약 먹기에 대한 거부감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된다.
■임신부 열 나면 바로 전문의 찾아야
임신부에게서 38.9도 이상의 고열이 나면 태아의 신경계 손상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임신부는 약을 신중하게 복용해야 하지만 통증이나 열이 심하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적시에 올바른 대처를 하는 것이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조연경 교수는 “임신 중 통증은 태아에게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이 현명하며, 출산 후에는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방문해 부인과 질환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임신부가 비교적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약물로는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진통제가 있으며, 이 약제를 1일 4g이 넘지 않도록 복용하면 별 문제가 없다”면서 “출산 후에는 임신 전의 건강한 몸을 회복하기 위해 매일 30분 이상의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를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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