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전세자금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전세 가격 급등으로 전세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은행 가계대출 증가세의 4.8배에 달할 전망이다.
전세 공급이 줄고 월세 전환율이 높아지면서 전세대출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월세 비용이 늘어나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은 높아질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이 27일 발표한 ‘전세자금대출, 가계대출 증가 주도하고 있다’란 보고서에 따르면 8월말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규모는 32조8000억원으로 올 들어 8월까지 4조8000억원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전세대출은 7조2000억원 늘어난다. 지난해보다 25.7%가 증가한 것이다.
이를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대출 증가율(1~8월, 전년동기대비) 7.6%, 5.3%와 비교하면 무려 4.8배 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전세대출은 별도의 통계자료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추정치로 계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전세대출규모는 2011년말 18조2000억원이었으나 2년8개월새 1.8배 급증했다. 8월말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346조원, 가계대출 잔액이 497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규모 면에선 크지 않지만, 증가 속도가 유독 빠른 편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8월 이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주택 대출규제가 완화된데다 기준금리가 두 번 인하되고, 전세값이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전세자금대출 증가세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전세가격 상승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엔 2년 전세 계약이 만료된 후 재계약을 위해 전세보증금을 765만원 올려줘야 했다면 올 10월엔 1377만원 올려줘야 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전세 거주가구의 지난해 가처분소득이 연간 3154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1년간 쓸 수 있는 돈의 44%를 오른 전세보증금으로 내야 했던 셈이다. 서울의 경우엔 전세가격 상승률이 더 높아 지난해 10월엔 1327만원 올려줘야 했다면, 올해 2531만원 더 줘야 해 거의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올려받아 자금을 운용하더라도 가계 전체 차원에선 마이너스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분석됐다. 11월 첫째 주 은행 전세자금 대출의 평균금리는 3~4%에 달했다. 반면 임대인이 보증금을 은행에 예치해 받을 수 있는 예금금리는 10월 평균 연 2.18%(신규취급액 기준 가중평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조영무 연구위원은 “전세대출 증가는 여타 가계대출 증가에 비해 덜 위험한 면이 있다”며 “세입자의 임차보증금 자산 증가와 임대인의 여타 부채 축소에 기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전세의 월세화 추세가 진행돼 전세대출 증가세는 둔화되겠지만, 월세지급으로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은 도리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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