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학기술인 R&D 경력복귀 지원사업' 잇따라 성과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1. 황모(37·여)씨는 교수를 꿈꾸던 유망한 컴퓨터공학자였다. 박사 학위를 딴 뒤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기로 결정됐을 때만 해도 이 꿈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육아를 도와주기로 했던 친정 어머니가 할머니의 치매 때문에 미국에 함께 가지 못하게 되면서 미국행을 포기해야만 했다.
황씨는 2012년 9월 'WISET(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여성과학기술인 R&D 경력복귀 지원사업'을 통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입사했다.
WISET의 과제 지원을 받으며 30개월 동안 계약직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올해 7월 정규직 채용에 응시해 당당히 정규직 연구원으로 임용됐다.
지금은 전 세계 한국인 과학기술자들을 연결해주는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 웹사이트 신규 서비스를 기획·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2. 윤모(32·여)씨는 농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연구소에 근무하던 중 임신을 하면서 권고사직을 권유받고 경력이 단절됐다.
출산 뒤 구직에 나섰지만 어려움을 겪다가 2014년 5월 '여성과학기술인 R&D 경력복귀 지원사업'에 선정돼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로 복귀했다.
윤씨는 1년간 이곳에서 근무하며 바이오화학 소재 위해성평가개발 업무를 담당하며 실무 감각을 끌어올렸다. 올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규직 채용에 응시했고 현재 식약처 유해물질분석과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방사능 안전관리 사업과 검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15일 WISET에 따르면 이 단체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추진하는 '여성 과학기술인 R&D 경력복귀 지원사업'이 임신과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학자가 연구현장에 복귀해 전문인력으로 정착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2012년 시작된 이 사업은 임신·출산·육아·가족구성원 돌봄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됐거나 미취업 중인 이공계 출신 여성들이 과학기술 연구개발 분야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연구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경력단절 여성 과학기술인과 연구기관을 연결해주고 경력단절 여성들이 R&D 과제에 투입돼 연구실적과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최대 30개월까지 총 6천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4년간 59개 과학기술분야 연구기관과 경력단절 여성 160명을 짝지어줬다.
황 연구원은 "내 전문성을 살려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구축, 관리하는 업무를 할 수 있어서 일하는 자신이 자랑스럽고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 사업을 통해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았다면 정부출연연구소에 정규직으로 채용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연구원도 "사업 지원 덕분에 경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고 꿈꾸던 곳에 입사도 했다. 내 업무 분야를 리드할 수 있는 전문가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매년 2월께 모집 공고를 낸다. 참여하려는 경력단절 여성 과학기술인이나 연구기관은 사업 홈페이지
(www.return.wiset.re.kr)에서 예비등록을 할 수 있다.
sisyph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5/07/15 15: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