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앞두고 '우리말 바로쓰기' 신간 잇따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문제 있다" 지적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 "한국말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느끼며 제대로 쓸 수 있을 때에, 사회도 문화도 교육도 정치도 경제도 제대로 서서 제대로 흐를 수 있습니다." (최종규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중)
번역어와 외래어의 범람을 넘어 아예 언어파괴가 일상화한 시대다.
오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잇따라 나온 우리말 바로쓰기 책들은 오늘날 우리 언어 사용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언어 사용은 습관이라 쉽게 고치기 어렵다. 그러나 제대로 된 우리말에 대한 관심조차 없다면 제대로 된 우리말은 점점 더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져 어느 날에는 아예 원형을 잃어버리게 될지 모른다.
고(故) 이오덕 선생의 유고 정리와 '보리 국어사전' 편집 등에 참여하며 우리말 바로쓰기의 전파를 업으로 삼아온 최종규 씨는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철수와영희·강우근 그림·284쪽)을 통해 한자말이나 영어를 말끔히 털어낸 한국말은 어떤 모습인지 함께 살펴보자고 권한다.
이에 따르면 '시합'과 '진검승부'와 같은 말보다는 '한판 겨루기'가 우리말다운 표현이다.
'~것', '~하게 되다'는 등 표현도 번역투의 대표적 사례. '~의' 또한 영어표현인 'of'나 일본어 'の'에서 온 번역투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이런 군더더기를 걷어내면 내가 쓰는 우리말이 한결 맑아짐을 느낄 수 있다.
"환승 시 반드시 하차 태그하세요."
매일 반복적으로 듣는 시내버스 안내말도 우리말 오염의 주범이다. "갈아탈 때엔 꼭 카드를 대주세요." 이걸로 충분히 통하고 간결하지 않은가.
"자타가 공인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등 한자어들의 상투적 사용도 넘친다. 대체하기 어려운 한자어가 아니기에 "다 아는", "남이 따라올 수 없는" 등으로 족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미친국어사전'(뿌리와이파리·264쪽)을 펴낸 중학교 국어교사 박일환씨는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박 교사는 "이토록 허술하고 오류투성이인 국어사전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어사전이라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도 했다.
무엇이 문제라는 얘기일까? 지은이는 역시 한자어 및 외래어, 전문어 남용을 문제삼는다. 또한 부족한 뜻풀이, 차별과 편견을 부추기거나 적어도 구시대적 인식에 따른 표현을 제때 수정하지 못함을 지적했다.
한자어는 '한자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말'이란 뜻풀이는 그 예다. '한자를 사용하여 만든 말'이라고 하면 족하다는 설명이다.
뜻풀이에 한자어를 애용하는 경우는 이외에도 숱하다. '낱말'은 '단어' 항목으로 가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단어'는 '분리하여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말이나 이에 준하는 말'이라고 했다. 지은이는 이외에도 우리말대사전이 한자어를 우대하는 실례를 숱하게 들었다.
그렇다고 우리말 바로쓰기에 대해 지나치게 주눅들 필요는 없어 보인다. 언어는 '현실'이며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이므로, 바람직한 쓰임이라고 해서 '언중'(言衆)에 이를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서강대 글쓰기센터의 김남미 교수가 펴낸 '100명중 98명이 틀리는 한글맞춤법 3'(나무의철학·262쪽)은 우리말 제대로 쓰기에 대해 앞선 책들과 다른 시각에서 깨달음을 준다.
그는 '설레임'과 '오뚜기', '뿌셔뿌셔', '제크' 등 상표 이름을 예로 들어 맞춤법이나 표준어와 다른 쓰임이라고 해서 고유어에 해당하는 이들 이름을 바꾸라고 압박하거나 나무랄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왠지 표준어인 '설렘'을 쓰면 덜 설레리란 생각에서 이를 선택한 회사를 상대로 이를 고치라고 강요하는 게 옳을까 묻는다면 각자 판단은 엇갈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교수는 은사인 노교수가 "어떤 어휘가 판친다고 우리말이 바뀌지는 않는다. 우리말의 본질은 그렇게 호락호락 변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사소한데 얽매이지 말고 일반적인 우리말의 원리에 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는 다시 "언어 변화의 자연스러움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b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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