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만에 발견, 20대 혼자 사망 등 사회문제로 부상
급속한 고령화·1인가구 증가가 원인…지자체별로 대책 마련
(전국종합=연합뉴스)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는 '고독사(孤獨死)'가 증가하고 있다.
'숨진 지 몇 달이 지나서야 발견됐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더는 놀랍지 않을 정도로 고독사는 이미 익숙한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특히 기록적인 고령화와 가파른 1인 가구 증가세가 맞물리면서 고독사 문제는 애써 피할 수도, 쉽게 해결할 수도 없는 과제가 됐다.
◇ 4개월 만에 발견, 생활고 시달린 20대…삶도 죽음도 잊힌 사람들
12일 오후 1시 20분께 대전시 서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A(58)씨가 숨져 있는 것을 A씨의 후배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집에서는 술병 100여 개가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8일에 전화 통화를 했다"는 후배의 진술과 A씨 얼굴이 많이 부어 있는 점을 토대로 A씨가 8∼9일께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3일 오후에는 부산시 동래구의 한 원룸에서 혼자 살던 C(47)씨의 시신이 심하게 부패한 상태로 발견됐다.
작년 6월부터 C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원룸 주인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출입문 잠금장치를 부수고 집으로 들어가 침대 옆 방바닥에 엎드린 채 숨져 있는 C씨를 발견했다. 시신 부패 정도로 미뤄 C씨는 작년 9월께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12월 15일에는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서 언어재활사 D(29·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관리인이 발견해 신고했다. 시신은 이불을 덮은 채 부패한 상태였는데 경찰은 숨진 지 보름 가까이 된 것으로 추정했다.
D씨는 생활고에 시달려 고시원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 사는 아버지와 10월 말 마지막으로 통화하는 등 가족과도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월 26일에는 부산시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E(46)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악취가 난다는 신고에 경찰과 구급대원이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을 때 E씨는 화장실에서 숨져 있었다. 숨진지 한달 정도 된것으로 추정됐다.
◇ 노인·1인가구 급속히 늘어…고독사 증가 불가피
이처럼 혼자 죽음을 맞는 사례가 빈발하지만, 아직 고독사를 별도로 집계한 통계는 없다.
다만 몇몇 통계 지표만으로도 고독사 증가세를 유추하고, 그 사회적 무게감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2014 무연고자 사망자 현황'에 따르면 2014년 무연고 사망자는 1천8명으로 처음으로 1천명을 넘었다. 무연고 사망자는 2011년 682명, 2012년 719명, 2013년 878명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2014년 무연고 사망자를 연령대로 보면, 50세 미만이 187명으로 2013년 117명보다 59.8% 증가했다. 이는 홀로 쓸쓸히 맞이하는 죽음이 65세 이상 노인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해석을 낳게 한다.
물론 무연고 사망자 통계는 가족 등 연고가 없어 정부 예산을 투입해 처리한 시신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혼자 살다가 숨지는 고독사와는 그 개념과 범위가 다소 다르다.
그러나 무연고 사망자 상당수가 고독사일 개연성이 높은 데다 혼자 숨진 뒤 유족에게 시신이 인수되는 사례까지 포함하면, 고독사 규모와 증가세가 무연고 사망자의 그것을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고독사의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노인과 1인 가구 증가세도 가파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노인(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0년 11%에서 2015년 13.1%로 증가했다. 2030년에는 24.3%, 2050년에는 37.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 비율도 2000년 15.5%(222만 가구)에서 2010년 23.9%(414만 가구)로 훌쩍 뛰었다. 2030년에는 32.6%(709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두 통계의 교집합인 독거노인 수는 2015년 현재 137만8천명으로 전체 노인의 20.8%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노인 5명 중 1명이 홀로 살고 있다는 뜻이다. 독거노인 수는 2025년에 지금보다 1.6배가 늘어 224만8천명이, 2035년에는 2.5배가 증가해 343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웃이 안부 확인, 공동생활 유도…"젊은 독거인은 사각지대" 한계도
정부는 고독사 방지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생활관리사가 방문이나 전화를 통해 독거노인 안부를 확인하는 '노인돌봄 기본서비스'나 집에 화재감지기·출입감지장치 등 첨단 장비와 기술을 적용해 안전을 관리하는 '독거노인 응급안전서비스'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노인 돌봄을 강화하고 있지만, 불어난 수요를 면밀히 관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전국 자치단체들도 저마다 '1인 가구주의 외로운 죽음'을 예방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고안, 시행하고 있다.
18개 시·군 가운데 10곳이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 7곳이 초고령화 사회(20% 이상)일 정도로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강원도는 이·통장 4천155명과 함께 '생명사랑 마음나눔 공동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통장들은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전수조사(마음건강검진 조사)에 참여해 자살 우려가 큰 고위험군을 발굴, 상시 관리를 한다. 이 사업은 그동안 원주, 강릉, 태백 등 7개 시·군에서 시범적으로 추진됐으나, 올해부터 전 시·군으로 확대된다.
도는 특히 이·통장의 적극적인 참여를 위해 시·군별 조례를 개정, 이·통장의 역할과 임무에 '자살예방사업'을 추가하는 등 지원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또 2013년 화천군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한 '강원 희망e빛' 시스템 사업을 작년 11월부터 전 시·군으로 확대해 운용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읍·면사무소의 보건·복지업무 관계자, 소방대원, 사회복지협의회 등 민간단체가 도움이 필요한 주민을 발견하면 관련 담당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문자를 받은 담당자는 당사자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을 직접 안내하고 복지·보건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 화천군의 연간 자살자 수가 15명에서 5명으로 급감할 정도로 이 사업은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자살 예방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북도는 연간 200명 안팎에 이르는 노인 자살자를 줄이기 위해 '독거노인 친구 만들기'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청주·충주·제천의 5개 복지관은 은둔형·활동제한형 노인이나 우울증을 앓는 노인에게 1명 이상의 친구를 만들어 주고 있다. 단양군은 노인 우울증 치료와 자살 예방을 위해 '생명사랑 징검다리 가(家)' 사업을 펴기로 했다. 자살예방 자원봉사자인 '생명사랑 건강 도우미'와 부녀회장 등 30명을 생명지킴이로 선정하고, 이를 알리는 표지판을 해당 지킴이 가정에 부착했다.
이들은 우울증이나 자살 위험 징후를 보이는 이웃이 있으면 즉시 보건소에 알려 불행한 사고를 막는 역할을 하고, 주변에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메신저 기능도 맡는다.
보은군의회는 '홀로 사는 노인 고독사 예방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홀몸 노인을 대상으로 심리상담·검사를 실시하고, 집안에 가스·화재·활동감지기와 응급호출 버튼 설치하게 했다.
충남도는 2010년부터 '독거노인 공동생활제'를 운영하고 있다. 자연부락에 독거노인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마을별로 5∼10명의 노인이 공동 취사·숙박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도는 마을 경로당이나 빈 주택을 활용해 공동생활제를 실시하고 있다. 초기 설치비로 1곳당 1천200만원까지 지원하고, 매년 1곳당 510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한다. 현재 도에는 31곳에서 독거노인들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서산시의회는 2만명이 넘는 지역 노인의 고독사 예방계획 수립, 대상자 선정과 지원을 위해 작년 8월 '노인 고독사 예방조례'를 제정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 상태다.
경남도에서는 18개 시·군 가운데 10개가 독거노인 공동주거시설 운영과 지원 관련 조례를 제정해 노인 고독사에 대비하고 있다. 이 조례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주변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5명 이상이 공동 주거시설에서 생활하면 전기·전화 요금 등 각종 공과금과 냉·난방비 등을 지원하는게 골자이다.
부산 기장군은 혼자 사는 노인이 TV 시청을 많이 한다는 데 착안해 일정 시간 TV를 시청하지 않거나 채널을 변경하지 않는 등 이상징후가 보이면, 보호자와 복지 담당자에게 경보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4가구 TV에 시청 패턴을 알 수 있는 수신기를 설치하고, 서비스 이용료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대다수 지자체의 사업 대상이 65세 이상 노인에게만 한정된 것은 한계점으로 꼽힐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젊은 독거인에게는 손길이 미치지 못해 또 다른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앞서 사례와 통계로 확인한 바와 같이 이제 고독사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울산의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13일 "현재 고독사 예방과 관련한 행정기관의 사업은 주로 노인에게 집중된 것이 맞다"면서 "읍·면·동 사회복지사나 보건소 방문간호사 등이 기초생활수급자 등 소외계층을 방문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수요자를 커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의 한계가 분명한 만큼 당장은 민간의 관심과 실천이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가령 서울 중구 동화동의 '이웃을 사랑하는 모임'은 22년째 우유 배달을 활용해 독거노인을 돌보고 있다.
31명의 회원은 노인 20여 명을 대상으로 수시로 안부를 묻고 식사를 챙긴다. 특히 건강이 좋지 않은 10여 명에게는 매일 야쿠르트 아줌마를 보내 우유 배달뿐 아니라, 직접 문을 두드리고 사람이 잘 있는지 확인하도록 한다.
회원들은 정기적인 회비와 찬조금, 일일찻집 모금활동 등으로 후원비를 충당하고 있다.
(오태인 정찬욱 강종구 공병설 이승형 차근호 손상원 최재훈 임보연 최해민 허광무)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1/13 09:5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