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
2016-11-04
신종플루도 이제는 '구종플루'…독감 백신 접종해도 감기 예방 안돼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본격적으로 추위가 시작되는 11월에 들어서면서 노약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일반인도 독감 예방 주사에 대한 관심이 많다.
많은 사람이 독감을 '독한 감기'라고 인식해 독감 예방 접종을 하면 감기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감기와 독감은 발생 원인이 다른 질병이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을 바탕으로 독감, 인플루엔자, 감기, 신종플루 등의 용어를 먼저 정리해보면 '독감'과 '인플루엔자', 그리고 그 줄임말인 '플루'는 똑같은 것을 가리킨다.
인플루엔자(독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증을 의미하며, 주로 겨울, 봄철에 유행한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크게 A, B, C형으로 나뉘는데 C형은 감염 빈도가 높지 않고 B형은 변이가 많지 않다. 변이가 잘 일어나 대유행 가능성이 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형인 경우가 많다.
2009년 크게 유행한 '신종플루'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A/H1N1형에서 또 변이가 일어난 유형이며 현재는 2009년에 대유행(pandemic)한 바이러스라는 뜻에서 A/H1N1pdm09형으로 표기한다.
스페인 독감을 일으킨 바이러스가 당시에는 많은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였지만 현재는 위력이 떨어진 것처럼 2009년 신종플루로 불렸던 A/H1N1pdm09형 바이러스도 이제 일반 계절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일부인 '구종플루'인 것이다.
인플루엔자와 달리 '감기'는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매우 다양한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계절과 관계 없이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감기가 예방되는 것은 아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다른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백신이 평생 1∼2회 접종으로 면역력이 생기는 것과 달리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해도 인플루엔자 예방 가능 기한은 1년밖에 되지 않는다.
또 백신에 포함되지 않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아형(subtype)이 유행하게 되면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해도 같은 해 인플루엔자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매년 변이를 일으킨다. 이에 맞춰 세계보건기구(WHO)가 각 지역의 바이러스 유행 정보를 종합해 해마다 그해 겨울에 유행할 가능성이 있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3종을 예측해 백신 성분에 포함하도록 권장한다.
백신 제조업체는 WHO의 권고를 바탕으로 해당 바이러스가 포함된 백신을 그해 여름에 제조하게 되는데 만약 WHO의 예측과 다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하면 백신을 접종해도 인플루엔자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2015년 겨울 홍콩에서 2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WHO의 유행 예측에 포함되지 않았던 바이러스 아형이라 당시 시판 중인 인플루엔자 백신으로는 예방이 불가능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너무 빨리 접종해도, 너무 늦게 접종해도 좋지 않다. 인플루엔자 유행 시기와 백신의 효과 지속 기간을 잘 고려해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우리나라 인플루엔자 유행시기는 12월부터 5월까지고 백신 효과는 접종 후 2주가 지나야 나타난다.
또 백신의 효과가 6개월 정도 지속하는 것을 고려하면 10∼12월 사이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1/04 06:1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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