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더라우<독일> dpa=연합뉴스) 독일 라이프치히와 켐니츠 사이에 있는 작은 마을 비더라우의 한 가정집 앞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여성의 동상이 서 있다.
주인공은 바로 이 마을에서 태어난 여성노동운동가이자 8일 100돌을 맞은 세계 여성의 날 제정을 처음 주창한 클라라 제트킨이다.
제트킨은 1910년 8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차 국제사회주의여성회의에서 모든 나라가 같은 날 여성의 날을 기념하자고 제안했고 이듬해인 1911년 3월 19일 독일과 오스트리아 덴마트 등에서 첫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열렸다.
1857년 태어나 1933년 망명생활 중 옛 소련에서 사망한 그는 지금은 고향에서조차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지만 옛 동독 공산주의하에서는 국가적 우상이었다.
10마르크 지폐에 그의 모습이 들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독일 통일 후 20년이 흐르면서 여성운동에 남긴 큰 발자취에도 불구하고 그는 점점 잊혀진 인물이 돼가고 있다.
그의 이름이 붙은 거리도 없고 그의 이름으로 불렸던 학교와 집단농장은 문을 닫았다. 클라라 제트킨 기념 유적으로 알려졌던 곳은 옛 마을 학교 박물관으로 불린다.
제트킨은 15세에 라이프치히로 이사 가기 전까지 이 학교 건물에서 살았다.
이 건물에는 사회변혁과 계급투쟁 시기였던 20세기 초 기념물이 가득하다.
이곳은 옛 동독 시절 3월 8일마다 방문객으로 넘쳤었다.
유적관리인 우르술라 베르크만은 "매년 여성의 날에는 제트킨 유적지를 방문한 다음에야 식사를 했다"며 "그곳은 일종의 사회주의 순례지였다"고 말했다.
방명록에는 제트킨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려고 전 세계에서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영광은 1989년 동독이 무너지면서 막을 내렸다.
어느 날 아침 마을 교차로에 있던 그의 동상은 쓰러져 있었고 곧바로 그가 살던 집으로 옮겨졌다.
이제 학교 박물관이 된 제트킨 유적지를 찾는 사람은 연간 200여명으로 줄었지만 그래도 3월 8일은 한적한 이 마을이 가장 붐비는 날이다.
하지만 이날은 마을 주민들에게 외지인들에게 커피와 케이크를 팔아 푼돈을 벌 수 있는 날 정도로 기억되는 것 같다.
마을 식료품점 점원은 "클라라 제트킨이 여기서 태어난 것은 모두 알고 있다"면서도 그의 동상이 마을 중심 교차로에 서 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3/08 11:0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