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살의 ㄱ씨는 2주 전부터 편의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ㄱ씨가 받는 시급은 3900원. 현재 법적 하한선인 최저임금(시급 4320원)보다 420원이 모자라다. 일을 하다가 실수로 돈을 더 거슬러 주거나 하면 자신의 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받는 돈은 더 적다. 편의점 주인은 ‘수습기간 3개월’이 지나면 최저임금으로 임금을 인상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ㄱ씨는 “편의점에서 오래 일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수습기간을 지정하는 것은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한 방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빌딩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는 60대 중반의 ㄴ씨가 한 달 동안 힘겹게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75만원이다. 현재 월 최저임금은 90만2880원(209시간 기준)으로 ㄴ씨의 임금은 그보다 15만2880원이 적다. 집 수리를 위해 대출받은 돈을 갚기 위해 매달 들어가는 20만원을 빼면 55만원의 돈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ㄴ씨는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단체협상을 통해 최근 90만3000원으로 임금이 인상돼 앞으로는 그나마 좀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 최저임금 결정 시한(6월29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최저임금 현실화와 준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동·여성·학생·시민단체·야당 등 30개 단체가 소속된 최저임금연대는 2012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2% 인상된 시급 5410원으로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시장에 만연한 저임금 해소를 위해 현재의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 근로자 평균임금의 3분의 1 수준 = 1일 참여연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988년 처음 최저임금제도가 시행된 이후 최저임금은 줄곧 평균임금의 3분의 1 수준에 맴돌고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 4110원은 전체 노동자 평균 정액급여 226만4460원의 37.9%, 임금 총액 293만1244원의 29.3% 수준이다.
소득 양극화와 물가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본다면 실제 체감하는 최저임금은 더 낮은 실정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2.75%였으나 물가상승률은 2.9%로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인상률을 보였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2008년 8.3%, 2009년 6.1%, 지난해 2.75%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외국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08년 기준으로 한국의 평균 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 회원국 가운데 16위에 해당하며 2007년 국제노동기구(ILO) 99개국 중 57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상승하고 고용을 가로막는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도 재계 편을 들고 있다. 지난 4월8일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에서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인상할 경우 물가상승 압력이 돼 서민생활에 직격탄이 되며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에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저임금 근로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용저하 효과가 아주 미미하다”며 “저임금계층 해소, 임금격차 해소, 소득분배구조 개선 등 최저임금이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 최저임금 못받는 근로자 200만명 = 그나마 책정된 최저임금도 제대로 안 지켜지는 사업장이 많다. 2010년 8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 수는 19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85만명(94.5%)이 비정규직이었으며 학력별로?? 중고령층에 집중돼 있었으며 25세 미만 청년층도 30만명(15.4%)에 달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10인 미만 영세업체가 132만명(67.7%)으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정부부문인 공공행정도 11만명(5.4%)에 달했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정부의 감독과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최저임금법은 법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사법처리되는 경우는 극소수에 그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2008년 1만813건, 2009년 1만5624건, 지난해 8025건에 이르지만 이로 인해 처벌받은 경우는 2008년 8건, 2009년 6건, 지난해 3건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