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이명(귀울림) 환자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세 이상의 우리 국민 5명중 1명은 이명을 경험했으며, 65세 이상에서는 10명중 4명 이상이 이명으로 인한 생활에 불편을 느껴본 것으로 조사됐다.
9월 9일 ‘귀의 날’을 맞아 발표된 2009년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이비인후과학회의 국민건강 영양평가 보고서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이명을 경험한 사람은 30세 이상의 조사 대상자 6,355명 중 19.9%였고 65세 이상에서는 28%였다.
이명이란 외부 소리 자극이 없이 환자 자신의 신체 내부(귀 또는 머리)에서 느끼는 청각 감으로 한쪽 또는 양쪽 귀에서 또는 머리 속에서 소리가 난다고 호소하는 증상을 말한다. 정상청력을 가진 사람도 이명을 호소할 수 있지만, 동반증상 없이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비교적 드물다.
따라서 대개 난청, 현기증(어지럼증), 이충만감, 이통 등의 증상과 두통, 전신권태 등의 전신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이명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중 성가시고 신경이 쓰이거나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로 생활에 불편을 주는 이명의 비율은 30세 이상 성인에서는 31.6%,, 65세 이상의 성인에서는 46.7%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이명이나 수면, 일, 집중 등을 방해하는 심각한 이명으로 인해 괴로움을 느낄 정도가 되면 치료를 필요로 하는 이명의 범주에 해당된다.
이명은 증상이지 그 자체가 질병은 아니며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명을 발생 원인에 따라 알기 쉽게 분류해 보면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달팽이관에서부터 청신경, 청각 중추에 이르기까지 청각로에서 발생하는 신경 기원의 이명이다. 환자만 느낄 수 있고 검사자에게 들리지 않아 자각적 이명이라고 한다. 전체 이명의 80~90%를 차지한다.
두 번째는 귀 근처 혈관의 혈류나 근육의 경련 또는 개방성 이관으로 인해 자신의 숨소리나 말소리가 울려 들리는 것을 느끼는 경우다. 이때는 검사자가 적절한 기구 혹은 검사법을 이용해 환자가 느끼는 이명을 직접 듣거나 관찰할 수 있으며, 이를 ‘타각적 이명’ 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이명은 귀지와 같은 별로 심각하지 않은 원인들도 일시적으로 이명을 유발할 수 있으며, 많은 경우에 감각신경성 난청을 초래하는 소음성난청, 노인성난청, 메니에르병 등에 동반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중이염이나 고막천공, 이경화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자각적 이명의 대부분은 내이의 청각세포의 손상으로부터 온다. 이들 청각세포의 상태는 청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청력손실과 함께 이명을 흔히 유발한다. 청각세포의 손상을 유발하는 원인은 소음성, 노인성, 약물성(항생제, 항암제, 아스피린, 이뇨제 등) 및 당뇨, 갑상선 질환과 같은 대사성 질환, 알레르기, 면역질환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명재훈련 치료로 65~80% 증상 호전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이명 치료는 결코 단시간에 달성될 수 없지만, 이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환자 본인과 의료진의 노력에 의하여 현재보다 훨씬 편안한 상태에서 지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현재의 치료는 이명의 발생과 관련된 원인을 제거하기 보다는 청신경계의 이상신호를 이명으로 받아드리는 잘못된 인식과정을 교정하려는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명재훈련치료법이다.
이명 환자에게 모든 종류의 물소리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밝혀져 있는데 실내분수나 수족관의 공기펌프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라디오를 작게 틀어 놓거나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컴퓨터의 팬소리 같은 주변 잡음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이 이명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큰 소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스트레스, 과로, 피로를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 전반적인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 이명환자에게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명재훈련 치료의 목적은 이명에 대한 불안감, 걱정, 잘못된 인식, 귀찮음 등의 정서적, 감정적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이명을 의미 없는 자연스러운 소리로 인식하도록 신경회로망에서 재편성하고, 필요하고 중요한 소리와 구별하도록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이명재훈련 치료의 순서는 ▲초기 면담 ▲청각검사와 임상검사 ▲이명환자의 분류와 치료과정 ▲지도상담 ▲소리치료와 상담 ▲추적 관찰과 상담으로 이뤄진다. 이명재훈련 치료는 6개월~2년 정도 3개월 간격의 꾸준한 추적 관찰을 통해 환자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추적 상담의 과정을 통해 65~80% 이상의 환자에서 증상의 호전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관계자는 “이명으로 인해 환자들이 느끼는 불편함과 괴로움의 여러 증상들은 청신경계 뿐만 아니라 감정계, 신체 반응계 등과 같은 복잡한 뇌 신경망의 여러 요소들이 관여해 발생한다”며 “이명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을 갖게 되면 이명 증상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우울증, 불안증 등과 같은 정신과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비인후과학회는 “이명으로 고통 받는 경우 이비인후과 전문의와의 상담과 검사를 통해 이명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으로 효과적인 극복 과정을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송병기 기자
※도움말=최준 교수(고대안산병원 이비인후과)·박시내 교수(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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