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아프다]“너희 나라로 가라” 이주아동 따돌림·폭력 피해 심하다


등록일 2012-01-09
정보제공처 경향신문



ㆍ인권위 보고서… 교사, 부모에 전화 한 통 않고 방관도
 

“몽골인 친구하고 같은 학교 다니고 있어요. 내가 몽골사람인 거 (학교 아이들이) 몰랐는데 그 아이와 아는 사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애들이 (내가 몽골사람인 거) 알게 되었어요. 그 후부터 ‘몽골계’ ‘몽골인’ 하고 놀려요. ‘몽골인끼리 잘도 놀고 있네’ 하고 놀려요(울음). 우리 친구들이 따돌림, 왕따를 제일 많이 당했어요.”(몽골 출신 초등학생 ㄱ양)

 
“형들이 부를 때 있어요. 그리고 ‘넌 여기 왜 왔느냐. 니네 나라로 가’라고 그래요. 친구들도 그런 적 있고요. 선생님한테 한 번 신고한 적 있었는데 나보고 ‘너 등록이 없잖아. 너 여기서 나가면 다른 학교 못 가. 비자 없어서. 그러니까 조용히 있으라’고 했어요. 제 잘못이라고 했어요.”(몽골 출신 중학생 ㄴ군)

 
“우리 딸이 유치원 다닐 때 버스를 타기만 하면 아이들이 머리를 때리고 그랬어요. 필리핀에서는 머리가 가장 중요해서 때리는 것은 안 좋아요. 그래서 처음 학교 들어갈 때 선생님에게 얘기했어요. 선생님이 우리 딸이 놀림당하는 것을 보고, 아이들에게 다른 아이들과 똑같다고 설명했어요.”(필리핀 출신 여성 ㄷ씨)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피부색·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왕따(집단 따돌림)’와 학교폭력에 노출돼 있다. 인권상담소와 국가인권위원회에는 다문화가정 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다문화가정 학교 내 차별 경험 설문조사(단위:%, 자료:국가인권위원회)(186명 설문조사, 복수 응답) - 41.9%(78명) : 발음이 이상하다고 놀린다. - 36.6%(68명): 너희 나라에 이런 것 없지 라며 무시한다.25.3%(47명):피부색이 다르다고 놀린다. -21.0%(39명): 너희나라로 돌아가 라고 협학한다. -15.1%(28명): 주먹으로 때리거나 발로 걷어찬 적이 있다.

 


인권위가 지난해 발표한 ‘이주아동 교육권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2010년)’를 보면 다문화가정의 아동·청소년의 학교폭력 피해 사례가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인권위는 당시 8~24세 이주아동·청소년 186명을 상대로 설문·면담 조사했다. 이 보고서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학교 내에서 또래 집단으로부터 놀림·무시·가난한 나라에 대한 비하·인종차별 등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콩고 출신 ㄹ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아이들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학교 가는 도중 길거리에서 몇 번을 한국 아이들에게 맞아서 경찰에 신고 했었다”며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에는 담임교사가 아이들에게 ‘이 병이 외국인으로부터 온다’고 말하자 모든 아이들이 제 아들에게 접근하지 않으려 했다”고 전했다. 몽골 출신 여성 ㅁ씨는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으로 처음 한국 학교에 들어갔을 때 이름도 다르다고 차별하고 따돌리는 바람에 몇 개월 만에 다른 학교에 보냈다”며 “옮긴 학교에서는 담임교사만 알고 몽골 아이라는 걸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아동·청소년들은 학교 밖에서도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을 찾은 ㅂ양(14)은 “체류기간이 끝난 아버지가 캄보디아로 귀국하고 난 뒤 어머니가 식당일을 하느라 밤늦게까지 혼자 지내고 있다”며 “집에 혼자 있다 보면 동네 아이들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놀린 일도 많고 언니·오빠들이 골목으로 불러내 때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자녀 특성화 교육’으로 이름난 학교조차 학교폭력 문제를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출신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ㅅ군(11)은 지난해 5월 집단 따돌림과 폭행을 당했다. 그러나 담임교사는 ㅅ군의 부모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은 채 사태를 방관했다. ㅅ군은 현재 우울증이 심해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는 전교생 800명 가운데 8%인 60여명이 다문화가정 자녀다. 해당 학교장은 “지난해 5월 불미스러운 일로 학부모가 서운했던 면이 있었는데 담임교사와 이야기해 잘 해결한 것으로 안다. ㅅ군이 상담 요청했다는 얘기를 듣고 담임교사에게 더 주의를 기울여 지도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석원정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 활동가는 8일 “학교폭력은 약자가 희생양이 되는 구조인데 다문화가정 아동들은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피해대상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기본적으로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학교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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