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위권 7개 사립대 입학정보 ‘그들만의 리그’
ㆍ전국 박람회 또 나란히 불참… 대도시 순회 ‘공동설명회’만
고3 아들을 둔 박모씨(48)는 지난달 29일 ‘2013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가 열리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찾았다. 여태까지 대학교육협의회가 직접 개최한 입학박람회 가운데 가장 많은 대학이 참석한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행사장을 찾은 것이다. 박씨는 아들의 대입 수시모집 지원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아들이 평소 지원을 생각하고 있는 대학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박씨는 주최 측에 참가한 대학 현황을 확인했다. 약속이나 한 듯 이른바 서울 소재 ‘상위권’ 사립대학은 빠져 있었다. 그는 허탈한 마음으로 일부 대학의 모집요강만 집어들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26일부터 나흘간 전국 4년제 대학 102개교가 참가한 대입정보박람회에는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들이 대거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 입학설명회를 별도로 개최해 왔던 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 7개 사립대는 모두 불참했다. 고려대·연세대·한양대는 지방 캠퍼스만 박람회에 참석시키고 본교는 쏙 빠졌다. 이 때문에 학생들에게 골고루 입학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박람회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박람회장을 찾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었다. 당장 이달 16일부터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고3 학생들은 물론 내년 입시 준비를 위해서 행사장을 찾은 예비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모양(18)은 “대학에서 직접 온다고 해서 기대를 했었는데 아쉽다. 급한 대로 직접 대학 입학처에 문의를 해보는 수밖에 없지만 수단이 전화통화뿐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7개 대학은 지난 6월 제주도에서 공동 입시설명회를 열었다. 고대·서강대·이대·한양대는 지난 7월 13~28일 주요 대도시에서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입시설명회 정보를 미처 알지 못한 학생과 학부모는 참석이 불가능했다.
7개 주요 사립대의 전국 단위 입시박람회 불참은 처음이 아니다. 이들 7개 대학은 2005년부터 공동 입학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대입 관련 정책·홍보 분야에서 보조를 맞춰왔다. 지난해 12월 정시모집 박람회에도 모두 불참했다.
연세대가 2009년부터 빠지긴 했지만 나머지 대학은 최근까지도 공동 행동을 하고 있다. 입학처장 등 보직교수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교수들이 대거 박람회장을 찾아 학교 홍보에 열을 올리는 지방대학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성적 상위권 학생들이 선호하는 이들 대학의 행태를 두고 대학가에서는 ‘7공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지방대 교수는 “일부 대학들이 ‘우리는 이런 데 참석 안 해도 학생들이 찾아온다’는 식의 우월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람회에 불참한 한 대학의 입학처 관계자는 “일선 고교나 지역교육청으로 직접 찾아가는 입학설명회를 타 대학에 비해 많이 열다 보니 박람회 참가의 실효성이 적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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