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왼쪽 팔에 예방접종 주사를 맞고 있다.(자료사진)
- 집단생활을 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성인은 특히 접종; 매년 유행 시기 전에 맞아야 효과 커, 10월말까지는 반드시 접종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무더웠던 올 여름은 유난히 고열과 목감기를 호소하는 감기 환자가 많았다. 그래서 인지 최근 환절기에 접어들면서 예년보다 빠르게 독감 예방주사 접종을 위해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있다.
경기 평촌에 사는 임희경(여, 36)씨는 10도 이상의 일교차로 인해 몸이 적응을 못하고 감기에 걸렸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18개월 된 딸을 두고 있는 그녀는 감기가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옮길까봐 걱정하며 급히 병원을 찾았다.
그녀는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가족 모두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왜 감기에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하며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감기에 안 걸리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아직도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또 독감을 독한 감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감기와 독감 모두 호흡기에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이고, 일부 증상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완전히 다르다.
감기는 가장 흔한 감염성 질환이다. 의학적 용어로는 ‘급성 비인두염’, ‘상기도염’이라고 하는데, 흔히 ‘코감기’ 혹은 ‘목감기’라고 부른다. 감기는 약 200여종의 바이러스와 세균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그 중 ‘라이노바이러스’가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약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증상은 나이가 어릴수록 심해서 3세미만 소아는 대개 초기에 열이 오르며 보채고 코가 막혀서 숨쉬기 힘들어하며, 간혹 구토나 설사가 동반되기도 한다. 큰
아이들은 코 증상 이외에 오한, 근육통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급성 증세는 2~4일 지나면 대개 사라진다. 따라서 일주일 이상 이런 증상들이 지속되면 합병증인 중이염, 부비동염(축농증), 기관지염 혹은 폐렴이 생기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성인은 평균 일년에 3~4회, 소아는 5~8회 정도 감기가 올 수 있는데, 발생 빈도는 노출 횟수에 비례한다. 즉, 본인은 물론이고 형이나 누나가 유아원, 유치원에 다니는 경우는 노출 기회가 많아 감기가 잦아진다. 이외에도 영양상태와 전신 건강상태가 나쁜 경우, 알레르기 체질이 있거나 면역결핍이 있는 경우에는 감기를 자주 앓거나 감기 후에 합병증이 빈번하다.
독감이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전염병으로 일반적인 감기와는 달리 증상이 아주 심하고 전염성이 강하여 단시일 내에 퍼지게 된다. 대개 전 인구의 약 10-20%가 감염이 되며 대유행시기에는 약 40%까지도 전염이 된다.
이승순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의 임상적 증상은 일반 감기보다는 심하게 나타나지만 아주 흡사하여 환자들이 구분하기는 어렵다”며 “성인에 비해 어린이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증상이 심하고 2차적으로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순 교수는 “독감을 예방하려면 독감 예방주사 접종과 함께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외출 후에는 바로 손발을 씻고 양치질을 하여야 하며, 손으로 눈이나 코를 자주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말했다.
독감은 공기와 오염된 물건에 접촉해서 전염되므로 유행시기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다. 유행 시기 전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독감 바이러스는 군주가 바뀌는 변이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매해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이 교수는 “독감 예방주사를 맞더라도 바로 면역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2주 이상 지나야 면역이 생기기 시작한다”며 “4주 후에 항체가 최고치에 도달하여 약 3~6개월 지속한다. 따라서 9월~10월에 접종해야만 유행시기인 겨울 동안 면역력이 유지된다며 10월말까지는 반드시 맞아야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겨울도 유난히 춥다는 기상청 보도가 있다. 그러므로 바이러스가 활동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독감의 유행 시기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접종시기를 놓쳤더라도 독감의 유행이 내년 3월~4월까지 유행할 수 있으므로 늦더라도 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성인에서 약 90% 이상에서 항체가 형성되며 실제 독감의 예방 효과는 70~90%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노인의 경우 60%정도가 항체가 형성되며 예방효과는 30~6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소아에서도 성인보다는 항체형성이 떨어진다. 노인에서 항체 형성 효과가 떨어지긴 하지만 중증 독감이나 2차감염인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은 상당 부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드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야하는 경우는 어린이와 65세 이상의 고령자, 선천성 심장병을 비롯한 심 질환, 천식이나 만성 폐 질환이 있는 사람, 당뇨병 같은 만성 대사성 질환이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혈액 및 신장 질환 환자, 호흡근육이 약한 신경 근육 계통의 질병이 있는 경우 그리고 이상의 인플루엔자 고위험군 환자의 가족들이다.
임신 중반기나 후반기의 건강한 임산부는 임신하지 않은 여성보다 독감을 심하게 앓을 위험이 높다. 때문에 유행계절(12월~3월)에 임신 중기나 후기가 되는 임산부는 접종을 받아야 한다.
이승순 교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같이 집단생활을 하는 아이들 뿐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성인 또한 우선적으로 맞아야 하며,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맞아야 한다”며 “최근에는 면역력이 약한 자녀의 건강을 걱정해 온가족이 함께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경우가 많다. 독감 예방주사와 폐렴구균 폐렴 예방주사를 함께 맞는 65세 이상 노인층이 늘고 있으며, 이는 폐렴의 발생과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는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환절기로 접어들면서 면역력이 약한 자녀의 건강을 걱정해 온가족이 함께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경우가 많다. 예방접종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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